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화물운송노동자 한 분의 전화를 받았다. 자료를 보낼테니 한 번 봐달라는 것이다. 과태료로 400만원을 부과하겠다는 예고통지였다. 화물자동차는 도로를 달리다 적재용량 등에 대한 단속을 받는다.

위 노동자는 무게는 문제가 없었지만 화물의 너비가 70센티미터를 초과했는데, 제한기준을 초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관련법에 따라 관할경찰서장으로부터 운행허가를 받아 일하던 중이었다. 단속을 한 곳은 국도관리사무소였는데 그들의 주장인즉 경찰서장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허가를 낸 것이고, ‘너비 70센티미터 초과’ 부분은 ‘도로법’에 따라 국도관리사무소(국토해양부 소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단속대상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동일한 내용으로 두 곳에서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치원생이 들어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화물노동자는 “단속이 부당하다”고 따졌다. 경찰서장이 발급해준 허가증까지 제시하면서 “너무 하는 거 아니냐”고 하소연도 했다.

그러나 국도관리사무소측은 “법이 그렇게 돼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한다(사실확인을 위해 법률원에서 전화를 걸어보았는데, 국도관리사무소 공무원의 대답은 동일했다). 결국 단속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 자료제출 거부인가 뭔가로 걸어서 과태료 400만원을 부과받게 된 것이 이 사건의 전말이다.

이런 종류의 일은 화물운송 노동자가 당하는 일 중에는 사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황당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과적차량에 대한 단속과 과적을 사주하는 화주에 대한 처벌은 매우 중요하다. 교통사고나 도로파손, 화물운송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조건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도로법상 과적차량 단속은 차량의 운행제한 규정에 따라 관할 도로관리청의 직원(도로관리원)들이 하고 있고, 그럭저럭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상 과적차량 단속은 지방경찰청에서 관할하는데, 경찰관은 장비도 없거니와 실제 단속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당한 것은 동일한 과적 문제임에도 도로법상 단속대상이 되는 과적위반은 ‘축하중이 10톤을 초과하거나 총중량이 40톤을 초과하는 차량’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5톤 차량이 5톤 이상의 물량을 싣는 경우와 같이 적재중량에 관한 단속(적재중량 11할을 초과하는 차량)은 불가능하다. 도로교통법에서는 단속근거가 있으나, 위와 같이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5톤 차량이 7~8톤을 실어도 도로관리원들은 단속근거가 없어서 단속을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건 시행령에 도로법에 있는 내용 하나만 삽입하면 해결 된다. 그런데 국토해양부는 안 한다.

화물운송노동자는 화물차량을 구입해 운수회사에 지입한다. 서류상으로 지입한 그 차량의 소유자는 운수회사로 된다. 화물운송을 하는 것도 노동자다. 기름은 물론이고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과 차량의 관리도 노동자가 해야 한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물량까지 노동자가 따로 알아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운수회사는 국토해양부로부터 차량번호판 허가증을 받았다는 것 하나만 가지고 저네들끼리 프리미엄을 얹어서 사고팔기도 하고, 지입료를 챙기며 지입당시에 화물운송노동자로부터 번호판값으로 돈을 챙긴다. 차가 오래되면 역시 화물운송노동자가 새로 차를 구입해서 교체해야 한다. 심한 경우에 차량을 교체할 때에도 추가로 운수회사는 번호판값을 새로 챙기기도 한다.

이런 구조는 화물운송차량의 공급 제한을 위한 것이나, 허가제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법은 화물운송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배제하고 있다. 운수회사는 자기 돈으로 차량을 구입하고 운행에 필요한 화물운송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그걸 안 하고 이상한 지입을 합법화하고 보니, 운수회사는 허가증 받은 걸로 가만히 앉아서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가산을 털어 차량까지 구입해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화물운송노동자의 입장에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일이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해양부는 개선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화물운송노동자들의 투쟁이 얼마나 더 있어야 이런 기막힌 현실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을까. 그런데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참 어렵게도 만들어 놓았다. 저네들만 알고 저네들만을 위한 법으로 만들려고 그랬던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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