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선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장애인도 더불어 살아가는 인격체로 봐주세요. 눈에 보이는 장애 때문에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본질로서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e-스포츠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임재원(21)씨의 말이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50개국, 1천500여명의 선수단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27일부터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펼쳐지고 있다. 임씨는 예선과 본선 등 총 6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을 걸었다.

28일 오후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임씨는 근육 신경장애로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희귀병인 근무력증을 앓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는 늘 그를 따라다녔다. 어린시절 부모와 떨어져 친척집에서 지냈고 올해 대학 입학 전까지 13년간을 대구에 있는 장애인시설에서 보냈다. 지루한 시간을 보내려 시작한 컴퓨터 게임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어릴 때부터 온라인 게임을 좋아했어요. 2009년 우연히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온라인피파(온라인 축구게임) 종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참여했는데 우승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걷게 됐죠." 그는 2009년 국내 장애인기능경기대회 e-스포츠종목에 출전하자마자 우승을 거머쥔 기린아다.

임씨는 근육이 점점 쇠약해지는 장애로 인해 병뚜껑을 딸 수도, 1킬로그램이 넘는 물건을 들 수도 없다. 컴퓨터 타이핑을 할 때조차 왼쪽 검지와 약지 두 손가락만 사용할 수 있다. 컴퓨터 게임은 키보드를 빠르고 정밀하게 조작해야 한다. 온라인피파 경기를 위해서는 가운데 손가락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는 검지손가락을 중지에 얹어 힘을 짜내 키보드를 조작한다. e-스포츠는 이번 대회 시범 종목이어서 사실상 임씨가 이 분야의 첫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는 e-스포츠 선수가 아닌 심리상담사로서의 미래를 꿈구고 있다.

"장애인 기능 선수생활을 계속 유지하려면 매일 3시간 이상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도 비장애인과 실력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사실 사람들 이야기 들어주고 상담해주는 일을 가장 좋아하거든요. 지금 대학(대구대)에서 컴퓨터IT공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심리학과로 전과를 고민 중이에요." 이번 대회에서 받은 상금 500만원은 다음 학기 대학 등록금으로 고스란히 들어갈 예정이다. 4급 지체장애를 가진 그는 "마음의 병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심리상담사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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