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에서 출발한 ‘KB희망버스’가 부산·대구·광주·대전 순회 일정을 마치고 27일 오후 서울로 돌아왔다. 지부는 지난 6월 합의한 △성과향상추진본부 폐지 △근무시간 정상화 △과도한 영업목표설정 중단 △신입행원 초임삭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면서 지난달부터 경영진 퇴진투쟁을 벌이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지방 순회를 마치고 돌아 온 박병권(42·사진) 위원장을 만났다.

- 'KB희망버스' 행사를 끝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공이다. 지방 현장에선 노조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우린 지난 2000년 총파업을 경험한 지부다. 그 후 지방 조합원들이 모인 자리가 거의 없었다. 노조를 중심으로 단결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또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데 중점을 뒀다. 노조 사무실에서 들었을 때랑 느낌이 달랐다. 여러 지역에서 많은 조합원들이 평일 업무를 마감하고 늦은 밤까지 함께 했다는 것에 놀랐다. 경영진에 충분한 압박이 됐다. 올해 임단협 결렬시 파업까지 갈 수 있다는 동력을 충분히 얻었다.”

- 지방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땠나.
“경영진 퇴진 투쟁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무능하고, 소신 없는 내부 출신 경영진에 환멸을 느낀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차라리 외부에서 소신있는 전문경영진을 들여오는 게 낫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순회 집회를 해보니 지방 조합원들이 노조활동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고 있었다. 열기와 의욕이 수도권보다 높아 보였다. 노조활동의 필요성을 현장에서 들었다. 자신감을 갖고 현장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몸은 지치지만 조합원의 격려 문자 하나에 피로가 사라진다.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 현장 직원들이 바라는 대로만 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노사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노사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경영진이 문제다.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법적인 노사 합의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사용자들의 인식이 팽배하다. 전체 직원과 더이상 대화할 의지가 없다고 본다. 지배구조의 문제도 있다. KB금융지주 출범 후 행장 권한이 축소됐다. 지주회사 눈치 보기만 하고 있으니 행장에게 소신경영을 요구하는 것이다. 민병덕 행장은 내부 출신이라 기대가 높았다. 그럼에도 후배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아는 놈이 더 심하다’는 말도 있잖은가.”

- 현장의 업무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올해 초부터 9월 말까지 9명의 조합원이 죽었다. 주된 사망원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뇌경색과 심장마비다. 실적 경쟁이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한다. 영업 실적을 채우기 위해 직원들이 자기 돈을 들여 통장을 만든다. 이른바 자폭통장이다. 매일 실적 공개를 해 퇴근도 못 할 정도다.직원들 100%가 자폭통장을 가지고 있다. 경영진도 이런 과도한 영업목표 설정이 제 살 깎아 먹기로 귀결된단 걸 알면서도 단기 경영실적을 채우기 위해 강요한다.”

- 경영진 퇴진투쟁에 대한 경영진 반응은 어떤가.
“경영진의 가장 큰 관심사항이 ‘직원들이 (집회에) 얼마나 왔나’다. 또 ‘현장 분위기가 노조를 따를 만큼이 되나’다. 이번 집회를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에 경영진이 긴장하는 것 같다. 아직 결론 난 것은 없지만, 일부 변화는 감지했다.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HR그룹 부행장이 광주에서 집회를 연 23일 전체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경영이 어렵고 금융 위기가 닥쳐올지 모르니 합의 사항을 이행할 수 없으나, 참고 기다리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부의 순회 집회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보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향후 계획은.
“단계적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산별교섭 이후 지부 교섭에서도 경영진이 같은 입장이라면 바로 준법 투쟁 들어갈 것이다. 합의 사항 위반이나 시간 외 수당 지급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KB금융지주 경영진 퇴진 투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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