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0.1 목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노노모의 노동에세이
체불임금 받으려다 전과자 되는 건설노동자

김승섭

공인노무사
(김승섭공인노무사사무소 소장)

건설노조 지부에서 8년간 간부로 활동했을 때 건설노동자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임금체불이었다. 옥외작업을 하는 직종은 1년에 반을 악천후 때문에 실업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에 더해 체불까지 겹치게 되면 생존권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된다. 최근에는 기후 온난화가 더 심각해져서 악천후가 더 심해지고 길어졌다. 1년에 일할 수 있는 날도 많지 않고 일용직일 경우 5일 만근하면 하루 일당을 주차수당으로 받아야 함에도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은 이소선 어머님까지 돌아가신 지금에도 건설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체불이 발생하게 되면 체불을 받기 위해 이곳저곳을 쫓아다녀 일을 하지 못하고 향후 일할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늦어지게 된다.

폭력전과가 8범인 조합원이 있었다. 이분은 성격이 포악하거나 폭력을 즐겨 사용하는 분은 아니다. 만나면 참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건설노동자가 30년간 건설 일을 해 오면서 무수한 임금체불을 겪었고 그중 해결이 안 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현장사무실에 들어가 체불임금을 해결하라고 실력행사를 하다 범죄자가 됐던 것이다. 당연히 받아야할 임금을, 근로기준법상 각종 수당이 전혀 없는 일당 곱하기 일수의 돈을 받기 위해 범죄자로 몰리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건설 체불문제는 다단계 하도급상 제일 아래의 하수급인에게 책임 지워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아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을 중간에 세워 놓고 고의로 체불을 유도하고 중간의 ‘오야지’는 잠적하는 의도적인 체불도 많이 있다. 이러한 경우 체불임금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노동부에서 사용자는 가장 아래의 불법 ‘오야지’가 사용자라고 하기 때문에 체당금마저도 받을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건설현장에는 다단계 하도급과 자금여력이 없는 건설회사들이 부지기수다. 심지어 체불이 된 노동자를 이용해 원청에게서 더 얻어 내려는 하청업체도 있다. 예전에는 건설회사 원청업체들이 노조가 체불 문제로 집회를 하거나 문제제기를 하면 그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일부 원청업체들이 저가 하도급의 문제로 야기된 체불이더라도 철저하게 하청으로 책임을 떠넘기며 경비용역을 고용해 대응을 한다. 경비용역을 고용하는 데 돈을 쓰더라도 임금체불에 대한 관리책임을 지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2년 전 임금체불을 해결해 달라는 건설노동자에게 원청 소장이 스탠드 옷걸이를 휘둘러 사망하게 한 사건도 있었다. 또 체불임금을 지급받지 못해 자살한 사건, 악천후로 인한 고용 불안정으로 가족을 부양하지 못해 자살한 사건, 몸이 아픈 건설노동자가 자신이 죽으면 자식이라도 정부지원금이 나올 수 있다며 자살한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다.

전에는 임금체불 처벌규정이 있어 고소를 하면 체불임금을 지급하든, 안 하든 사업주가 처벌을 받았다. 이것이 반의사불벌죄로 바뀐 이후 많은 사업주가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체불을 해결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노동청에서 되레 큰소리를 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임금체불을 당연히 해결해야 하는데도 흥정을 하기도 한다.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체불이 되면 당장 생활비 한 푼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하루 일당을 1만~2만원씩 손해 보고 체불임금을 받아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당장 외국처럼 건설노동자에게 국가가 적정임금을 정해 사업주에게 지급하게 하고 체불임금을 관리하지는 못할망정 가장 열악한 건설노동자들의 체불임금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체불임금을 먼저 지급하는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불법하도급과 상관없이 체당금을 지급하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김승섭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승섭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