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대 '대표학과' 만들어 집중지원 예정 … "인지도 높이고 인재도 키우겠다"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한국폴리텍대학을 이끌게 된 것에 시대적 사명감을 느낍니다.”

취임 한 달째에 접어든 박종구(53·사진)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폴리텍대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박 이사장은 “대한민국 대표 직업교육대학으로서 맡겨진 사회적 사명, 그런 폴리텍대학을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할 수장으로서 시대적 사명이 크다”고 말했다. 사회적·시대적 사명, 교육과 행정을 두루 섭렵한 그가 폴리텍대 수장으로 발탁된 배경이기도 하다.

박 이사장은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시라큐스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87년부터 2003년까지 아주대 교수(경제학과)로 활동하다 98년 개방형직위 공모제를 통해 옛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공공관리단장으로 공직에 진출했다. 이후 국무조정실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거쳐 교과부 제2차관을 지냈다. 정부는 2009년 아주대 교수로 복귀한 그를 다시 공직으로 불러냈다. 폴리텍대 제6대 이사장으로 선임한 것이다.


“학생 90% 차상위계층, 양질의 일자리가 중요”


2006년 기능대학과 직업전문학교가 통합해 출범한 폴리텍대는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만만치 않은 취업률을 자랑한다. 전국에 34개의 캠퍼스가 있는 폴리텍대의 올해 취업률은 84.6%. 최근 발표된 2011년도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공시 결과 전국 172개 전문대학 순위에서 1위부터 12위까지를 폴리텍대가 휩쓸었다.

박 이사장은 “85% 수준인 취업률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취업률을 높이는 게 목적은 아니다. 현재 폴리텍대 졸업생 10명 중 3명은 3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 연봉만으로 일자리의 질을 따질 수는 없지만 박 이사장은 “더 많은 학생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취업률의) 질적인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질의 일자리는 90%가 차상위계층에 속하는 폴리텍대 학생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폴리텍대는 국책대학입니다. 재원의 90%가 국고나 기금에서 나옵니다. 사회 저소득층에 양질의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충분한 취업기회를 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미션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최초의 다문화가정 대안기술학교로 불리는 다솜학교다.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언어·기술 교육을 실시하는 3년제 고등학교 과정인 다솜학교는 내년 3월 충북 제천에서 문을 연다. 학생수가 부족해 문을 닫은 제천캠퍼스가 고용노동부와 교과부의 협력으로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학교운영은 폴리텍대의 몫이다.

폴리텍대는 취약계층에 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기업이나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용접·배관·전기공사와 같은 기초기술에서 로봇·항공·바이오 같은 최첨단기술까지 아우르는 영역에서 기능인을 육성한다. 산업현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과정을 그대로 강의실로 옮겨와 기업에서 필요한 현장기술 중심으로 교육한다. 또 교수 1인당 10개 이상의 기업을 전담관리하는 기업전담제를 운용하면서 다양한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성장동력의 미래를 키우겠다"

 

 

그런데 문제는 산업과 기술수준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현장에 인재를 공급하려면 교육과정도 그만큼 변해야 한다.

당초 폴리텍대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운영학과의 20%, 총 65개 학과를 미래신성장동력산업 학과로 개편하고, 이 분야에 필요한 기술인력 1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박 이사장은 더 욕심을 냈다. 2015년까지 89개 학과를 신성장동력학과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첨단 그린도시 같은 녹색기술, 로봇 응용으로 대표되는 첨단융합, 글로벌 헬스케어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등 3개 분야로 개편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수를 충원하고 필요한 기자재를 우선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폴리텍대에는 34개 캠퍼스마다 '선도학과'가 있다. 창원캠퍼스의 기계학과, 구미캠퍼스의 전기전자학과 같이 캠퍼스별로 선정된 특성화학과다. 박 이사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표학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강릉캠퍼스의 해양잠수학과처럼 폴리텍대 하면 떠오르는 대표상품, 이른바 ‘플래그십(flagship)’을 만들어 낮은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교육과정 구조개편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도 폴리텍대의 계획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 내 일' 프로젝트을 만들면서, 폴리텍대에 '신성장동력분야 기술인력 양성'이라는 숙제를 줬다. 그린에너지설비공학·메카트로닉스공학 등 6개 학과에 전공심화과정을 개설해 4년제 학사학위 취득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 줬다. 국회에 계류 중인 직업능력개발법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전격 실시될 예정이다.

맞춤훈련도 활성화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성균관대는 계약학과 형태로 반도체학과·핸드폰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2년제 대학의 특성에 맞게 재교육형 맞춤훈련으로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직업훈련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물론 교원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박 이사장은 “교원의 평균연령이 50대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데, 교원평가와 연수강화를 병행해 교원의 역량을 최대한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이와 함께 2012년까지 7개 권역대학과 4개 특성화대학을 8개로 줄이는 구조개편을 추진 중이다. 11월 나오는 연구용역 결과를 가지고 노동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특성화대학이 권역대학에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구성원, 통합의 리더십

 
폴리텍대에는 교수와 교원이 있고, 노조도 2개가 있다. 사무직으로 구성된 노동부유관기관노조 한국폴리텍대학지부와 직업능력개발훈련 교사들이 참가하고 있는 전국평생교육노조, 교수협의회가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이사장은 “다양한 구성원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생과 신뢰”라고 말했다. 그의 방은 늘 열려 있다. 내부 구성원들이라면 사전에 약속이 없이 수시로 만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그는 “수장에게는 비전과 솔선수범·통합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인간적인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서로 차이가 있어도 충분히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 경영진과 마찰로 단체협약 해지사태를 맞았던 전국평생교육노조는 이날 박 이사장과 교섭 한 달여 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박 이사장은 “저고용·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폴리텍대는 산업인력을 제공하고 있고 저소득층에게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회에서도 격려의 손길을 내밀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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