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변호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2011년 7월1일. 개정 노조법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됐다. 이제 3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 동안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 중 대부분은 법적 문제다. 개정 노조법과 그 시행령을 해석해 적용하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법의 해석·적용에 따른 것이라면 법 집행기관이 이 법을 적용하면서 문제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노조와 법 집행기관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문제는 노조와 사용자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가권력이 아니라 사용자가 노조를 상대로 해서 발생하고 있다. 어찌된 일인가. 개정 노조법령이 시행됐다. 사용자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자신의 무기로 활용했다. 지금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사용자가 노조의 우위에 설 수 있는 무기가 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수의 노조 사이에 교섭권의 행사를 단일화해서 노조가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개정 노조법령이 시행된 이후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다. 사용자가 노조들을 상대하는 제도가 돼 버렸다. 지금 개정 노조법 시행 뒤 노동현장에서는 더 이상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확인되고 있다. 오히려 사용자가 노조의 단체교섭권 행사에 맞설 법적 무기가 돼 버렸다. 이렇게 된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이것은 개정 노조법상 제도의 시행에 따른 문제이니 당연히 법이 문제다. 그런데 어디에서 사용자의 무기가 되도록 개정 노조법령은 정하고 있는 것일까.

한 마디로 말하겠다. 개정 노조법령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사용자가 그 절차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문제였다. 노조들 사이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는 데서 사용자가 관여하도록 한 것이 문제였다. 개정 노조법령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사용자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개정 노조법 시행령에서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는 그것이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일 이전 3개월이 되는 날로부터 한 것인지를 살펴보고(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2 제1항), 그 기간 내에서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면 사용자는 그 노조에 노조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노조의 명칭, 조합원 수 등 노동부령이 정하는 사항을 적은 서면으로 교섭요구를 하도록 하게 된다(제14조의2 제2항). 그런데 노조가 교섭요구한 사실은 해당 노조와 사용자 사이에서만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른 노조가 해당 노조의 교섭요구 시기를 다툴 경우 사용자의 주장과 자료가 그 결과를 좌우하게 되는데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서 이를 활용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용자는 자신의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이를 7일간 공고하게 된다. 이를 통해서 다른 노조와 근로자에게 알리고(제14조의3 제1항), 위 공고기간 내 다른 노조로부터 명칭·조합원수 등 노동부령이 정하는 사항이 적힌 서면으로 교섭요구를 사용자가 접수받는다(제14조의4). 이처럼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사용자가 다른 노조의 교섭참가 신청을 접수받는 것이다.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와 교섭참가 신청의 접수를 함으로써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관리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이다. 공고기간이 끝나면 사용자가 교섭요구한 노조를 확정해서 노조들에 통지하고, 그 노조의 명칭·조합원수 등 노동부령이 정하는 사항을 5일간 사용자가 공고한다(제14조의5 제1항). 공고 내용에 이의가 있는 노조는 사용자에게 이의를 신청해야 하고 그 뒤 이의신청에 대해 사용자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신청한 내용대로 공고기간이 끝난 뒤에 5일간 사용자가 공고하고 이의 제기한 노조에 사용자가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제14조의5 제3항). 교섭에 참가한 노조들을 사용자가 확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렇게 확정된 노조들에 사용자가 통지하고 공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 공고내용에 이의가 있는 경우 그 이의신청을 사용자가 접수받아 이의가 타당하다고 사용자가 인정하면 그 신청에 따라 공고하고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교섭 참가를 신청한 노조의 확정과 공고, 이의신청에 따른 인정과 그 공고 등을 사용자가 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율적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려는 경우 교섭요구 노조의 확정 또는 결정된 날로부터 14일이 되는 날을 기한으로 해 그 교섭대표노조의 대표자·교섭위원 등을 연명으로 서명 또는 날인한 것을 사용자가 통지받고(제14조의6 제1항), 이는 과반수 노조의 교섭대표노조 사실의 통지(제14조의7 제1항), 자율적 공동교섭대표단 구성 통지(제14조의8 제1항)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상과 같이 개정 노조법 시행령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는 최초의 교섭요구에서부터 교섭참가, 교섭참가 노조의 확정, 교섭대표노조 등 교섭대표의 통지 등 사용자가 절차 전반에 걸쳐 관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통해서 보면 개정 노조법 시행령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단순히 복수의 노조들 사이에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절차가 아니다. 오히려 노조들과 사용자가 공동으로 관여해 노조들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절차라고 말할 수 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본래 복수의 노조들 사이에 교섭대표노조를 통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도록 하는 제도여야 하는데 개정 노조법 시행령을 통해서 보면 사용자가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관리하고 여기에 복수의 노조들이 교섭요구를 통해 참여함으로써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는 제도로 규정되고 말았다. 그리고 개정 노조법은 무엇보다도 사용자는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동의함으로써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이행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노조법 제29조의2 제1항 단서), 노조와 마찬가지로 사용자는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할 수 있다(제29조의3 제2항).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노조는 독자적으로 교섭권을 행사하고자 한다. 따라서 개별적으로 교섭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이고, 이때 사용자의 동의는 사용자가 노조의 개별교섭 요구에 대한 동의권으로 기능하게 된다. 즉 사용자가 개별교섭에 대한 동의권을 통해서 노조들의 개별적 교섭권 행사를 결정할 권한을 갖는 것이다.

결국 개정 노조법에 의해서 사용자는 노조들과 개별 교섭할 것인지 아니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의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고, 개정 노조법 시행령에 의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사용자가 관리함으로써 노조의 교섭권 행사, 즉 교섭창구 단일화에 관여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 문제였다. 개정 노조법 시행령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사용자가 관리할 수 있게 설정함으로써 노조들이 자신들의 필요에서 스스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활용해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 제도가 기능하지 못하게 됐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수노조들 사이에 교섭창구를 단일화해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을 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노조들이 교섭대표노조 선정 등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개정 노조법 시행령은 그렇지 못하다.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관리하고 시종일관 관여할 수 있도록 정해놓았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복수노조 사이에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한 절차이므로 노조들 사이에 단일화해야 하는 것인데도 노조법 시행령은 사용자의 독무대로 만들어 버렸다. 개정 노조법 시행령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주연은 사용자고 노조는 조연일 뿐이다.

헌법은 근로자가 자주적인 단체교섭권을 가진다고 해서 노동기본권으로서 단체교섭권을 보장했다(제33조 제1항). 여기서 단체교섭권은 자주적인 것이어야 함을 분명히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 노조법과 시행령에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사용자가 그 절차에 의할지를 선택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으로서 도무지 자주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복수의 노조들 사이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법으로 강제하더라도 헌법이 자주적인 단체교섭권을 노동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한 노조들 스스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복수노조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복수노조 사이에 스스로 교섭대표노조를 정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력을 높여 노조와 조합원들을 위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기능해야 우리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체교섭권 등 노동기본권의 행사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정 노조법과 시행령은 그와 반대로 기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것은 법과 시행령이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관리하고 노조들의 교섭권 여부를 좌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노조를 상대로 하는 사용자의 무기로 전락해 발생한 문제다. 단체교섭권은 헌법이 근로자에게 보장한 기본권이다. 현실적인 필요에서 이를 제한하더라도 헌법이 근로자에게 보장한 자주적인 단체교섭권의 행사 자체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주연은 그 역할이 제한되더라도 주연이어야 자주적이라 할 수 있다. 주연이 그 역할이 제한된다고 해서 조연의 역할을 한다면 그건 조연이지 주연이 될 수 없고, 조연이 주연의 역할을 한다면 그 조연은 주연인 것이다. 교섭권 행사에서 노조가 조연에 머물고 사용자가 주연이라면 이때는 결코 근로자가 자주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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