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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꼼꼼하신 그들의 ‘꼼수’

신지심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나무)

사용자측을 대리하는 노무사라고 해서 무조건 비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사건을 하다 보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용자측 대리인들이 있다.

한 중소병원에 노조가 만들어졌다. 사용자는 그 노조가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것에 기함했다. 이전에는 ‘투쟁’이라는 단어를 생전 써 본 일이 없는 젊은 노동자들은 “병원을 상대로 악의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은 자”가 돼 불과 1년여 만에 건강한 몸과 마음을 잃어 갔다.

조합원들은 난생 처음 파업이란 것을 하게 됐다. 파업 이후 지부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 4명은 해고됐고,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전원이 징계됐다. 파업기간 동안 많은 충돌이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파업기간 내내 주차장에서 한여름 땡볕에 80여일간 견뎠는데 그중 단 하루, 단 15분 동안 병원로비에 들어갔다. 이것을 사용자는 업무방해로 고소했고, 지부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는 벌금형을 받았는데(정확히 말하면 법원이 판단한 것이 아니라 검사가 구형한 것이다) 단지 그것을 이유로 해고된 것이다. 그들이 해고된 사유는 단지 15분간 로비에 들어갔다는 이유, 그것 하나뿐이었다. 징계사유로 '로비 내 피켓팅'도 있었다. 지노위는 이에 대해 "정당한 조합활동이므로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정했다.

사건에 여러 가지 쟁점이 있었지만, 다른 것을 다 빼더라도 일단 징계양정상(징계의 수위) 해고는 지나친 것이었으므로 부당해고였다. 파업 종료 당시 징계 최소화에 합의했기 때문에 조합원 전원을 징계한 것 또한 노사합의에 반하는 것이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자를 포함해 조합원 전원의 징계를 부당징계라고 판정했다.

“지부장님, 징계사유는 정당하다고 인정되고 징계양정이 부당하다고 한 거라서 아마 다시 징계하려고 할 거예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충고했지만 그래도 설마 다시 해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지노위 판정에 의하면 해고뿐 아니라 정직까지도 지나친 것이라고 했으므로….

사용자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신청을 포기하고 징계 취소 통지를 했다. 그리고 징계가 취소된 지 2주 만에 해고자들은 모두 다시 해고됐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용자측 노무사의 섬세하고 꼼꼼한 ‘꼼수’는 이러했다. 병원의 인사규정에는 징계의 종류로 ‘파면’, ‘해임’이 정해져 있었는데 이를 활용했다. 지난번에는 ‘파면’이었고, 이번에는 양정을 낮춰 ‘해임’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고? 사용자의 인사규정은 그리 섬세하지는 않아서 다만 징계의 종류로만 그렇게 써 있을 뿐 그 어디에도 ‘파면’과 ‘해임’의 양정상 차이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퇴직금에도, 복직기회에도 파면과 해임의 차이는 전혀 없고 단지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해고’였다.

다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넣으면 당연히 부당해고로 인정될 사건이다. 지금 당장 구제신청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사측이 해고 통지일로부터 한 달 후를 해고일로 예고했기 때문에 해고일이 돼서야 비로소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사용자는 해고통지서에 한 달 동안 임금은 지급될 거라며 “해고일자까지 출근할 필요 없이 이직과 구직활동하시는 것을 허락함”이라는 말을 친절하게 덧붙였다. 결국 해고자들은 해고가 취소됐는데도, 현재 명백히 재직근로자 신분인데도 현장에 한 발짝도 디디지 못했다.

이 착한 사람들은 3월에 해고되고 나서 사용자의 각종 시간끌기 꼼수로 피가 마르는 시간을 견뎠고, 8월이 돼서야 겨우 해고가 취소됐다. 그런데 사용자측의 꼼수로 인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그 피 마르는 시간을 다시 겪어야 한다.

법이 노동자의 편에 서는 희귀하고 드문 그 순간에 사용자는 법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외면한다.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노무사, 인간적으로 그렇게 자문하는 것은 그저 꼼수일 뿐이다. 꼼꼼하다고 자랑스러워하지는 말기를…. 제발.

신지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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