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경기도 일산의 이마트 탄현점에서 냉동기 보수작업을 하던 노동자 4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일산경찰서가 이마트측을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의정부지방검찰청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은 이달 14일 최병렬 이마트 대표와 트레인코리아 대표 등 5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일산경찰서도 지난달 수사를 마치고 이마트와 트레인코리아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해당 사건은 각각 다른 검사가 맡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부·경찰·검찰 측은 모두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위반내용에 대해서는 수사가 끝날 때까지 공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사업주를 최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검찰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산안법 사각지대에 방치된 서비스업

하지만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사업주가 실형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008년 노동자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냉동 창고 화재사건의 경우도 냉동창고 대표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벌금 2천만원에 그쳐 논란이 됐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이천 사고가 보여 주듯 이마트에게 큰 타격을 주지 않고 경찰과 노동부의 생색내기로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비스업도 원청이 하도급업체의 산재 예방에 책임을 지게 만드는 제도 보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제29조)에 따르면 제조업·건설업 등의 하도급 관계시 원청 사업주는 하도급 업체의 산재예방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원청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하도급 노동자 보호하기 위해 작업장 정기점검 등 안전·보건관리를 책임지고, 도급 노동자들에게도 안전 보건 교육 등을 지도하게 돼 있다. 하지만 서비스업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 90% 웃돌아

이마트나 백화점의 경우 한 점포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직접고용된 노동자는 전체의 10% 이내다. 나머지 90% 이상은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산재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산업 내부에서는“고용의 복잡한 다단계구조로 인해 죽어야 같이 일한 동료의 사장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상황 속에서 사실상 하청업체는 원청의 경영전략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하청업체들이 소속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는 물론 노동 과정에 관여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그간 방치된 서비스 사업장의 산재예방 조치에 대한 노동부의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마트, 하청업체에 책임 전가하나

이마트측은 사망한 4명의 노동자들이 냉동기 설비업체 트레인코리아의 한 하청업체와 고용계약을 맺어 사업주로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는 보상협의와 관련해 인도적인 차원으로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검찰 송치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마트 탄현점 사고로 숨진 고 황승원씨의 이모부 정응호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산소 결핍에 의한 질식사라고 확인했다”며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마트 기계실의 작업환경에서 냉방설비 가스가 새어 나와 산소를 차단하면서 숨진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책임소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마트와 트레인코리아 사이의 계약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이마트가 '기계를 제공한 트레인코리아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이마트 기계실이 환기가 안 될 경우 트레인코리아가 이마트에 환기시설을 갖추도록 요구해야 하는 것으로 들었다"며“이를 놓고 트레인코리아와 이마트가 법적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동계에서는 이마트가 사고의 책임을 하청업체인 트레인코리아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민정 서비스연맹 노동안전보건·여성 국장은 "이마트가 외주화하지 말아야 시설관리부문을 외주화해 발생한 예고된 인재”라며 “이마트는 하청업체 노동자라도 냉동기 보수공간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반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단계 구조 속에서 ‘을’인 하청업체가 원청인 이마트에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청업체가 원청 사업장의 노동안전 실태를 파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마트를 산안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고발한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은 “서비스업종이 급격하게 성장해 산재가 발생하고 있지만 산안법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 서비스업 산재를 줄이려면 건설 제조업처럼 법안을 마련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원청이 산재에 대한 관리·감독을 책임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청, 산재예방 조치 서비스업으로 확대"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9일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원청 사업주가 사내하도급의 산재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하는 업종을 현행 건설·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그간 논란이 됐던 서비스업 원청의 산재예방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자 하는 조치"라며 "내부논의를 거쳐 내년 중 산안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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