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약가 일괄인하 시행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민의 약값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논리가 일시적인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노총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가 약가부담을 지속적으로 줄여 주고,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한국노총은 “단기적으로 국민에게 약가가 인하됐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외국기업들이 국내 제약시장을 잠식하게 되고, 국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외국산 고가의약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노총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복제약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산업의 특성과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되는 한미FTA를 들었다. 한국노총은 "약가제도의 핵심은 복제약 가격인하"라며 "국내 제약기업의 특성상 매출감소와 영업이익 적자로 인해 산업기반 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허를 거의 독점하고 있는 다국적 외국기업들의 국내 제약시장 점유율과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특히 “한미 FTA가 시행되면 미국의 특허 신약이 과도한 권리를 인정받게 되고, 상시적인 가격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약가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노총은 이에 따라 약가제도 개편 전면 재검토를 정부에 촉구했다. 예컨대 당사자인 보건복지부·제약 노동자들과 제약사·학계를 아우르는 사회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국내 제약산업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사용자단체에 대해서도 "약가제도 개편 발표 이후 사용자단체가 처음으로 꺼낸 이야기가 정리해고”라며 "노사가 공동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약가제도 개편을 빌미로 정리해고를 강행한다면 더 이상의 산업평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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