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논쟁이 2라운드에 들어섰다. 지난 7월 민주당에 이어 최근 한나라당과 정부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복지논쟁의 새 대립각이 형성됐다. 보편적 복지의 알맹이는 노동이며, 핵심은 비정규직 해법이라는데 공감한 결과다.

당정이 발표한 비정규직 대책 가운데 가장 많이 부각된 것은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정이 이 대책을 발표한 시점은 추석명절 전인 지난 9일이다. 고향에 내려가는 노동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인 양 포장됐다. 노사의 반응은 엇갈렸다.

노동계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며 반발했으나 경영계의 반응은 오히려 차분하다. 경영계가 발표한 성명을 보면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과보호 탓’이라는 지적만 했을 뿐 예상과 달리 강경한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왜 그럴까. 당정이 발표한 대책에는 예상과 달리 강한 규제법이나 임금비용 상승을 초래할 요인이 적기 때문이다.

당정이 발표한 대책에 따르면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 124만원(최저임금 120% 이하) 이하를 받는 노동자다. 내년부터 정부가 이들의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 3분의 1을 부담하는 것이다. 노·사 부담에서 노·사·정 삼주체가 나눠 부담하자는 발상이다. 정부는 미가입자 중 50%만 가입해도 고용보험은 70만명, 국민연금은 60만명이 혜택을 본다고 추정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률이 26.2%, 국민연금 가입률은 17.9%에 불과하다.

정부가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는 노·사는 없다. 5인 미만 사업주 입장에선 당연 가입해야 할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언제까지 회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사회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해주니 사업주 입장에서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러니 경영계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당정이 내놓은 대책으로 사회보험 미가입자가 획기적으로 늘까. 현재로선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지원을 전제조건으로 달아도 저임금 노동자 입장에선 사회보험료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지원금액을 확대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런데도 당정은 5인 미만 사업장과 30% 지원으로 못 박았다. 당초 한나라당은 10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130% 이하의 노동자를 지원대상으로 했다가 이를 후퇴시킨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 130만원 받는 노동자의 경우 정부 지원금을 50%로 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지원을 받은 노동자는 176만명에 달한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내놓은 안보다 두 배나 많은 것이다. 이래서 당정이 내놓은 대책은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정은 사회보험료 지원을 부각시키는데 힘을 섰다. 사회보험료 지원 외에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한 대책은 부실했기 때문이다.

당정은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불법파견이 확인되면 사용기간에 관계없이 고용의무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업이 직접 수행업무를 사내하도급으로 전환할 경우 노사협의회를 거치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당정이 발표한 대책은 새로운 것이 없다. 불법파견을 한 기업주에게 고용기간에 상관없이 고용의무를 적용한다는 것은 이미 법원 판례로서 정립된 사안이다. 그런데 당정은 새로운 대책인 양 들고 나온 것이다. 고용의무가 아니라 고용의제를 즉시 적용하는 방안을 포함시켰어야 했다.

아울러 당정은 현대자동차와 관련된 사내하도급 불법파견 판결은 아예 이번 대책에 반영하지 않았다. 또 한나라당은 당초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니 경영계가 당정 대책에 대해 격앙되게 반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현행법에 규정된 고용기간 제한으론 기업주의 비정규직의 남용을 제어하기 힘들다. 정부 통계를 보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기업의 비정규직의 채용비중은 줄어들지 않고 되레 늘어났다. 또 대기업일수록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율은 낮고, 계약해지 비율은 높다. 중소기업일수록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비율은 높고, 계약해지 비율은 낮다.

현행법의 사용기간 제한이라는 규제장치가 노동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달리 접근해야 한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이라는 출구제한뿐만 아니라 사용사유 제한이라는 입구제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시적인 업무에 대해서 비정규직 활용을 금지하되 합당한 사용사유에 해당하는 업무만 비정규직을 활용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유럽국가에서도 비정규직 남용을 줄이기 위해 입구와 출구 제한을 병행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노동부에 사용사유 제한을 도입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또 민주당은 지난 7월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사용사유 제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간접고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판례에 입각해 제조업의 사내하도급을 규제하도록 해야 한다.

당정의 비정규직 대책은 알맹이는 없고, 미흡하기만 하다. 앞서 야권이 발표했던 방안은 종전의 정책과 달리 새롭게 접근한 부분이 많다. 이를 고려한다면 노동의제를 중심으로 2라운드에 들어선 복지논쟁이 좀더 가열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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