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 기자

정부가 최근 법인세 추가 감세를 철회했다.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낮추겠다는 기존 계획을 뒤집고 현행 22%를 유지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부자감세 논란과 재정건전성 악화 비난에 시달렸던 정부가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기업의 부담을 덜어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박 장관은 "법인세 감세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여전히 감세론을 고수했다.

박 장관 말대로 법인세 감세는 세계적 추세일까. 정답은 ‘그렇다’다. 그러면 우리나라 역시 감세를 추진해야 할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다. 오히려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15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밝힌 ‘법인세 인하와 글로벌 스탠더드’ 보고서를 살펴보면, 세계 주요국들은 80년 이래 법인세를 지속적으로 인하했다. 그러나 그 수치가 문제다. 81년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율은 47.52%였다. 이들 국가 대부분이 지난 30년간 지속적인 감세를 추진했는데도 지난해 평균 법인세율이 25.91%였다. 우리나라보다 여전히 4%가 높다. 특히 미국·일본(39%)을 비롯해 프랑스(34%)·독일(30%) 등 OECD 주요국 대부분은 여전히 높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감세론자들은 '기업 투자 확대를 통한 국민경제 활성화'를 법인세 인하의 주된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굳이 수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기업 프렌들리'의 대명사인 이명박 대통령조차 올해 4월 "대기업들이 현금만 쌓아 두고 투자를 하지 않아 서민들이 어렵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경제에 정통한 일본 경제평론가 미쓰하시 다카아키씨는 5월 출간한 그의 저서 '부자삼성, 가난한 한국'에서 "한국 대기업들은 고환율 정책·법인세 인하 등으로 사상 최대 수익을 거뒀지만 한국 국민과 정부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 대기업은 사상 최대 수익에도 국내 투자를 꺼리고 인건비를 지속 인하하면서 국민생활과 국민경제를 악화시키고 수익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가 제시한 법인세 해법, 아니 투자 확대 방안은 간단했다. 진정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면 대기업의 배를 불려주는 법인세 인하가 아니라 투자액에 대해 직접 세금을 인하해 주는 ‘투자감세’ 정책을 펴면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법인세 감세를 중단했다고 부자감세 논란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부자감세 논란의 핵심은 세율 자체보다 우리나라 부자(대기업)들이 '국민(정부)의 손해를 통해(혹은 감수)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투자·고용확대 등 해야 할 또 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 감세 중단을 넘어 증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면, 진정 이 말은 틀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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