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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본의 심장을 겨누는 화물노동자들

한지원

노동자연구소
연구실장

자본주의 생산시스템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점점 더 핵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물류시스템이다. 21세기 생산방식의 핵심인 생산의 세계화, 조달의 세계화, 판매의 세계화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물류산업의 발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휴대폰은 수십 개 국가에서 생산된 수백여 부품이 한국·베트남·중국 등에서 조립돼 100여개 국가의 매장에서 판매되는데, 이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생산지 사이와 판매지 사이를 이동하는 항공운송, 공장과 공항을 빠르게 연결하는 도로운송 체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물류시스템은 정부와 자본에 의해 특별하게 관리돼 왔다. 특히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대해서는 정부와 자본의 탄압이 가차 없이 이뤄졌다. 신자유주의 노동탄압이 81년 공항 시스템을 마비시켰던 항공관제사 파업에 대한 레이건 정부의 진압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97년 미국 최대 소화물 운송업체인 UPS에서 2주일간의 투쟁으로 노동자들이 승리하자 법원이 미국화물트럭노조(Teamsters) 위원장 선거를 무효로 만들고, 이후 각종 정부기관이 개입해 노조 지도부를 마피아와 연계된 지도부로 교체한 사건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화물연대에 대한 정부 탄압이 대표적이다. 2003년 5월 투쟁을 통해 실체를 드러낸 화물연대에 대해 정부와 자본은 이후 화물연대 파업이 벌어지면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파업 이후에는 대규모 구속·수배로 노조를 와해시키려 갖은 공작을 펼쳤다. 정부와 자본의 탄압은 총파업만이 아니라 지부·지회 투쟁에서도 일상적으로 벌어져 조합원 1만여명 규모의 화물연대에 매년 30~40명의 간부가 구속·수배 상태에 있을 정도다. 조합원 규모 대비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간부들이 구속·수배를 당한 조직이 바로 화물연대다.

하지만 자본과 정부의 탄압에도 물류 노동자들이 단결하면 반대로 자본과 정부가 웬만해서는 이길 수 없다는 역설도 존재한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물류 노동자들의 파업은 하나의 산업, 하나의 지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산업 전반, 더 크게는 세계적 생산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UPS 노동자들이 97년 2주간 파업을 하자 제조업체 상당수가 멈췄고, 소매업체들 역시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당시 분위기에서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던 파트타임 노동자 1만여명의 정규직화를 쟁취했다. 부산항·경인내륙컨테이너기지 등을 5일 가까이 마비시켰던 화물연대의 2003년 5월, 2008년 6월 파업도 마찬가지였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많은 제조업체 공장가동률이 급락하고 수출입 업무가 마비됐다. 강경하게 화물연대를 인정하지 않던 정부가 화물연대를 인정하게 만들었으며, 표준운임제 운송료 인상 등의 화물연대 핵심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한편 이러한 산업적 파급력에도 불구하고 화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최악이다. 우선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산업재해도 인정되지 않고, 최저임금도 적용되지 않으며, 노동3권도 보장되지 않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다. 필자가 직접 한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과 임금을 계산해 봤다. 이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월 470시간, 평균 시급은 1천659원이었다. 정부가 통계를 내는 이보다 나은 조건의 화물노동자들도 대부분 월 순수입이 150만원 내외에 하루 노동시간은 13시간에 이른다. 정부는 선진 물류기업,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물류기업을 만들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한국의 물류시장은 19세기 말의 노동조건에도 미달하는 거의 노예에 가까운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17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서울역에서 ‘화물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2009년 박종태 열사 투쟁 이후 오래간만에 대규모 전국 집중집회를 여는 것이다. 화물연대본부는 이번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조직력을 끌어올려 그동안 정부가 수차례 약속과 번복을 반복했던 화물노동자 관련 제도를 법제화한다는 계획이다. 2003년 5월, 2006년 12월, 2008년 6월 화물연대 총파업에서 확인했듯이 화물노동자들의 전국적 파업은 국가산업 전반을 마비시킬 정도로 그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언제나 정부와 자본에게 매우 큰 위협이었다. 그만큼 다시 한 번 정부의 각종 탄압이 화물연대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존의 벼랑 끝까지 내몰린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이번에는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표준운임제도 도입을 통해 화물노동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싸워 보겠다는 결의가 높다.

화물연대 구호는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다. 물류는 확실히 세상을 바꿀 만한 힘을 갖춘 산업이며, 화물노동자들의 단결은 노동자계급이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위해 반드시 이뤄 내야 하는 바다. 진보진영은 17일 투쟁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이어질 화물연대의 투쟁에 최대한 연대해야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한지원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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