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약가 일괄인하 정책이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될 경우 제약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15일 한국노총 화학노련(위원장 김동명)에 따르면 연맹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임명 반대를 요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에서 약가정책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연맹 대표자로 나선 의약분과위원회 박광진 의장은 "당국의 약가정책이 사전준비 없이 졸속으로 진행돼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 의장은 “이번 정책은 국내 제약업체들의 경영상태를 급격하게 약화시켜 제약노동자들의 실업대란을 불러오고, 제약노동자의 약 25%인 2만명 정도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제약노동자 대량학살로 이어질 정부의 약가 대폭인하 정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약가인하와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등을 합치면 연간 매출 감소가 3조원을 넘어선다는 것이 사용자단체의 계산”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제도 개편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보험재정 건전화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국내 제약산업이 위축된 상태에서 한미FTA까지 시행된다면 국민의 약값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의장은 “미국은 그동안 자국 제약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우리나라 복제약 가격 인하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며 “이번 약가 인하로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의 입김이 커지면 우리나라 국민도 2~3년 후에는 동남아 국가처럼 고가의 약가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은 이날 오전에 열린 임채민 복지부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에 앞서 진행됐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보건의료단체·정당으로 구성된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했다. 이들은 “임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관료 출신으로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을 강력하게 추진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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