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윤정 기자

진보대통합은 노동·진보진영의 오랜 숙원이다. 3년 반 전 민주노동당 분당사태 이후 가장 고통 받은 이들은 누구인가. 분당의 당사자인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조차 "노동자·민중"이라고 반성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일련의 진보대통합 과정을 보면 그들의 반성에서 진심을 느낄 수가 없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진보대통합 과정과 지금까지의 결과를 볼 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숱한 고비 속에서 5·31 합의와 8·28 합의를 거쳐 ‘진보대통합 직전’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노동자·민중의 강한 열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차려진 진보대통합이란 밥상에 최종 ‘코를 빠트린 자’누구인가. 일차적 책임은 진보신당에 있다. 이달 4일 당대회 결정은 실망 이상이었다. 적어도 분당사태 이후 3년 반을 돌이켜 볼 때, 지난 1년간의 진보대통합 협상 과정을 볼 때 그 결론은 누구든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북한 문제나 국민참여당 문제는 양당 협상 과정에서 차선이라도 그 해법을 찾은 듯 보였다. 현실조건 속에서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신당에서 진보정당 통합안건이 부결됐다. 통합 반대론자들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진보대통합이란 시대의 요구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은 만장일치로 통합 관련 안건을 가결했는데 진보신당은 부결시켰다는 것만으로 책임이 없을까.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4일 진보신당 당대회를 앞두고 ‘당원총투표로 국민참여당까지 함께하는 진보대통합정당을 건설하자’는 글과 서명운동이 연일 올라왔다.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국민참여당 문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하되 ‘합의되지 않아도 창당대회를 치른다’고 약속했다. 민주노동당은 8·28 당대회에서 스스로 ‘진보신당과 합의가 이뤄진 경우’로 제한했다. 그럼에도 진보신당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민주노동당 일각에선 창당을 해도 당원총투표로 국민참여당 참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자극적인 메시지를 던져댔다.

누구의 책임을 묻자는 것은 아니다. 진보대통합과 노동자·민중을 위해 일할 강력한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다. 거기에서 누가 ‘우선 주체’인지 잘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민중이 우선 통합을 원하는 이들끼리 진심을 다해 얼굴을 맞대야 할 시점이다. 국민참여당 문제는 그 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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