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영

공인노무사
(피엠지노무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했거나 노조를 조직하려고 했거나 기타 노조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불이익취급)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이익취급의 요건으로는 첫째 노동조합에의 가입·조직 및 활동을 위한 근로자의 정당한 행위가 있을 것, 둘째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취급이 있을 것, 셋째 근로자의 정당한 조합활동과 사용자의 불이익취급 행위 간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꼽는다.
당 판례는 주로 이 두 번째 요건인 불이익취급에 관한 것으로서 ‘노조전임자가 전임활동으로 인해 승진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승진에서 배제하는 것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가’와 ‘승진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함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노조와 근로자는 어디 정도까지 입증할 책임을 부담하는가’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1. 사안의 경위
이 사건의 사용자는 상시근로자 1천200여명을 고용해 자동차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근로자들은 판매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한편 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특히 근로자들 중 일부는 노조의 전임자로 활동해 왔다(전임자는 ‘전임자 갑(甲)’, 그 외의 근로자는 ‘근로자 을(乙)’이라고 한다).
사용자는 그동안 노조나 근로자들과 협의하지 않고 영업사원 승진기준을 임의로 변경 적용해 왔던바 당해연도에도 승진기준 연한, 현 직급에서의 판매실적, 입사시부터 인사고과일까지의 판매실적, 전년도 직급별 평균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승진 대상자를 선정했고 그 결과 전임자 갑과 근로자 을은 승진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2. 전임자 승진배제의 경우 불이익취급 여부 판단기준
당해 판례는 사용자의 노조전임자에 대한 승진배제 행위가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의해 이뤄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용자와 노조의 관계, 노조 전임자와 비전임자 사이에 승진기준의 실질적인 차별이 존재하는지, 종래의 승진 관행에 부합하는지 등과 같이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사용자에 대한 근로제공 의무가 면제돼 영업활동을 하지 아니하는데도 노조 전임자들에 대한 승진기준을 별도로 정하지 아니한 채 다른 영업사원과 동일하게 판매실적에 따른 승진기준만을 적용한 것처럼 이들이 노조전임자로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승진가능성을 사실상 차단됐다면, 이러한 승진기준에 의해 이루어진 승진배제는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3. 불이익취급에 대한 입증의 정도
대법원은 사용자의 행위가 노조법 제81조가 금지하는 불이익취급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노조 또는 근로자에게 입증책임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필요한 심리를 다했어도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의사가 존재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아 그 존재 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 그로 인한 위험이나 불이익은 그것을 주장한 근로자 또는 노조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특히 승진에 있어서 불이익취급과 관련해 업무능력, 근무성적 등의 반영에 의해 승진이 이루어지는 능력주의 승진제도 하에서 조합원이 불이익한 취급을 받았다고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조합원이 비교의 대상으로 된 비조합원과의 사이에 업무능력·근무성적, 상위자에 대한 적격성 등에 있어서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단순히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전체적으로 비교해 보아 승진에 있어서 격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바로 노조법 제81조 제1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4. 근로자의 정당한 조합활동 등과 사용자의 불이익 취급 간의 인과관계 해석
불이익취급은 단순히 사용자의 불이익처분이 있는 것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정당한 조합활동 등을 ‘이유로’ 사용자가 불이익처분을 했어야 성립한다. 이 ‘이유로’의 의미에 대해 기존에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가지고 불이익 취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입장(주관적 인과관계설)과 ‘이것은 부당노동행위 의사까지 포함되는 것이 아니며 근로자의 조합활동 등과 사용자의 불이익처분 간에 객관적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족하다’고 해석하는 입장(객관적 인과관계설)이 있다.
당해 판례는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에 대한 승진배제 행위가 위와 같이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의해 이뤄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이라는 표현과 “필요한 심리를 다했어도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존재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그 존재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부당노동행위 성립의 요건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상대적으로 주관적 인과관계설에 더 가까운 판례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부는 사용자와 노조의 관계, 노조 전임자와 비전임자 사이에 승진기준의 실질적인 차별이 존재하는지, 종래의 승진 관행에 부합하는지 등과 같이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해 부당노동행위 의사는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되는 추정적 의사로 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5. 당해 판례의 의의 및 의문점
당해 판례는 노조전임자라고 하더라도 기준을 통해 승진대상자 선정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과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승진배제의 경우 부당노동행위 성립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다수의 사업장에서 현실적으로 전임자의 경우 승진대상자에서 배제하고 있는 점, 노조전임자들에 대한 승진기준을 별도로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노조 전임자의 승진기준과 다른 직원들의 승진기준 간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당해 판시 사항을 어디까지 확대 해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령 사무직 승진대상자 선정에 인사평가 점수가 반영된다고 할 경우 인사평가를 받지 않는 노조 전임자에 대해 승진기준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양 기준간의 공정성은 어느 정도까지 확보돼야 하는가의 문제가 현장에서 판단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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