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중 위원장(46)의 목소리는 들리다 말다를 반복했다. 간간히 목청을 높여 했던 말을 다시하곤 했지만 상공 100m로 불어오는 바람에 막혀 흩어지기 일쑤였다. 28일 현재 고공농성 11일째를 맞이한 그는 지난해 12월 아세아제지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해고한 노동자 중 한 명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6일 박 위원장을 전호로 인터뷰했다. 회사는 그가 20년 가까이 몸담은 보일로 및 소각로 유지보수 업무를 외주로 전환하며 관련 업무 담당자 12명에게 권고사직을 종용했다.
“회사가 어려워 외주 전환을 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지난해 임금 인상이 있었고 2007년부터 시설 증축과 설비 개보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요. 올해 초엔 동일업종 회사를 합병하기도 했는데 경영이 어려워 4명의 직원을 해고한 데가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생각한 박 씨는 나머지 해고자들을 모아 복직 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 지방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아니다 다를까 별 다른 이견없이 부당해고 판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는데 당시 위원들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자세히 볼 것도 없이 부당해고지만 그래도 절차를 갖춰야 하니 살펴보는 거라고요. 결국 기각 처리가 됐지만 회사는 이제 법정으로 판을 몰고 가 우리들을 지치게 하고 있어요.”
박씨는 회사와의 지난한 싸움을 벌이며 특히 아쉬웠던 것은 노동조합의 방관적인 태도 때문이었다고 한다.
“저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모두 조합원인데도 회사의 해고 결정이 내려지기 까지 단 한 번도 우릴 찾지 않더군요. 도중에 복직한 5명은 정년퇴직을 눈앞에 뒀고 노조와도 친분이 많아 솔직히 우리가 표적이 돼 해고를 당한 것 같다는 억울한 생각도 듭니다”
슬슬 바람이 차가워지는 가을을 앞두고도 높은 곳에서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 나가는 박씨지만 오늘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고공농성 덕분에 지역 언론이나 시민사회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행정 담당자도 직접 연락해와 조속한 사태해결을 약속하기도 했구요.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원직복직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땅을 밟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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