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탓에 인력이 줄어들면서 노동강도가 높아졌고, 산업재해도 늘고 있다. 한 금융공공기관 노조간부는 “외환위기 이전에는 재직 중 사망자가 없었는데 구조조정 이후 한두 명씩 생기기 시작했고, 최근 3년 사이에는 연평균 5~6명씩 사망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시종일관 일자리 창출을 역설하지만 정부가 그나마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공공기관에서는 인력부족을 호소한다. 관할 부처에 인력충원을 요구하면 ‘정부 방침이라 어렵다’는 답이 돌아온다. 희한한 일이다. 결국 정부의 논리는 ‘일자리는 늘려야 하지만 공공기관에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최근 공공부문 노동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신입직원 초임삭감 원상회복이다. 27일 금융노조의 총파업 진군대회에 맞춰 양대 노총 공공부문 조합원들도 공동 결의대회를 연다. 사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린 데는 이달 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임금체계의 공정성 제고대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노동부는 삭감된 초임은 그대로 유지하되 기존직원의 임금은 낮게 인상하고, 신입직원의 임금은 높게 인상하는 방식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 직원 간 위화감 해소, 신규직원 사기진작, 조직 활력 제고’를 기대했다.

하지만 같은 직장에서 직원 간 임금인상률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위화감 해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게다가 3~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임금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은 ‘3년에서 5년은 더 참아야 한다’는 뜻이다. 신규직원 사기진작에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초임삭감으로 인한 노사·노노 갈등은 이미 조직의 활력을 갉아먹고 있다. 갈등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대책을 노동부가 발표했다는 것이다. 초임삭감 정책은 기획재정부가 주도해 공공기관에 지침으로 내려보낸 것이다.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알려진 최종 지침도 기재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물론 기재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에서 나온 내용을 노동부가 발표만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든 일은 기재부가 벌렸는데, 뒤치다꺼리는 노동부가 하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됐다.

공공부문 노동계는 이채필 노동부장관의 퇴진까지 요구했다. 노동부의 역할은 노동자 간 차별을 해소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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