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유난히 잦은 비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17일에는 비 때문에 일감이 끊긴 50대 건설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은 끊어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궂은 날씨는 우울증을 부르는 등 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비와 산업재해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 장마는 6월22일 시작돼 7월17일 끝났다. 하지만 장마전선이 사라진 뒤에 비가 오히려 더 자주, 많이 오고 있다. 서울지역은 6월1일부터 8월17일까지 78일 중 비가 내린 날이 무려 49일이나 됐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강우량은 1천7밀리미터로 평년 수준(591.2밀리미터)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비가 많이 오면 업무상재해자수는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름철 집중호우로 실외작업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대신 호우복구를 하는 시기에 재해가 많이 발생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날씨와 산재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정상기상일 때보다 산재가 25.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업의 경우 정상기상일 때는 총 3천449건의 산재가 발생했지만 비 오는 날에는 2천294건이 발생해 33.5%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서비스업과 제조업도 호우시 산재가 각각 22.6%·22.7% 감소했다. 산재 유형별로도 비가 오면 추락사고가 31.1% 줄어들고, 전도(넘어짐)사고도 24.8%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여름철 태풍은 도로 교통사고와 붕괴사고를 증가시킨다. 3년간 강풍이 발생한 날 도로교통사고는 36건으로 정상기상일 때(19건)보다 많았고, 붕괴사고도 1건에서 3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여름철에는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고 비로 인해 산지가 미끄러워 미숙련 공공노동자들이 벌목작업 중 절단·베임·찔림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10년간 재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월 평균 396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는데, 7월에는 월평균 482명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철에는 밀폐공간에서의 작업 중 질식사고와 감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