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수노조 전북고속분회는 지난해 12월8일부터 270일 가까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법원은 운수노조와 교섭에 응할 수 없다고 버티던 회사에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그런데 회사는 지난 18일 교섭대표노조인 전북지역자동차노조와 임금협약을 체결했다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가하지 않은 운수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 6월30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접수한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는 지난달 11일 조정중지 결정을 받고 이달 19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 사이에 '회사노조'로 의심받는 복수노조가 등장했고 이 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했다.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은 22일 지부에 공문을 보내 "쟁의행위는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결정된 교섭대표노조의 주도하에 이뤄져야 한다"며 "파업의 정당성이 없다"고 통보했다.

#3. 지난해 7월부터 갈등을 겪어 온 금호고속과 운수노조는 이달 17일 처음으로 본교섭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광주고법이 16일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이의신청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운수노조는 교섭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시하자, 회사측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노조와의 첫 본교섭을 하겠다던 회사는 이제는 '불법파업'을 운운하며 업무복귀를 종용하고 나섰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부칙 제4조(교섭 중인 노조에 관한 경과조치)에 있는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중인 노동조합'을 놓고 노동부와 법원의 해석이 충돌하면서 ‘파업의 정당성’ 문제가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부는 복수노조 허용 이전에 조정절차를 마쳤더라도 2011년 7월1일 이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파업을 벌이면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교섭대표노조가 주도하지 않는 파업은 절차상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금호고속이나 전북고속의 사례처럼 장기간 진행된 합법파업이 하루아침에 불법파업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6월30일까지는 정당한 합법파업이었는데, 교섭대표노조가 등장하는 7월부터는 불법파업으로 돌변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노동부는 이날 현재 사업장 17곳에서 파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한 재경택시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불법파업을 하고 있는 꼴이 된다.

단체교섭 경과조치 없어 나타난 혼선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는 노동부가 노조법 부칙 제4조 "이 법 시행일 당시 교섭 중인 노조는 교섭대표노조로 본다"는 조항의 시점을 2010년 1월1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2010년 1월1일 이전부터 2011년 6월30일까지 1년6개월 이상 교섭 중인 노조에 한해서만 교섭대표노조로 인정한다. 이로 인해 복수노조 허용 당시 교섭을 진행 중이거나 교섭이 결렬돼 파업 중인 노조는 아무런 경과조치 없이 교섭권과 파업권을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금호고속이나 전북고속의 경우 사용자가 이 점을 악용해 교섭을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노동부는 복수노조 허용 이전에 1사 다수노조 사업장의 경우 2011년 7월1일 당시 1개 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다른 노조는 교섭 중이라면 "교섭 중인 노조가 7월1일 이후에도 교섭을 계속해 단협을 체결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법적 근거도 없이 노동부가 임의로 해석한 것이다. 부칙 제4조의 법 시행일을 2010년 1월1일로 하면서 교섭 중인 노조에 대한 경과조치를 두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그런데 광주고등법원은 이달 16일 금호고속 사용자가 제기한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이의신청에서 "운수노조는 교섭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하면서 노동부의 이런 해석에 제동을 걸었다.

복수노조 허용 당시 교섭 중인 노조의 경과조치 시점을 둘러싸고 법원과 노동부의 해석이 엇갈리고, 법원 사이에서도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어 애꿎은 노조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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