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파업출정식 현장에서 만난 김기태(46·사진) 오티스엘리베이터노조 위원장의 눈빛은 날이 서 있었다. 900명 조합원들 앞에서 벌인 삭발 덕분에 그의 인상은 더욱 날카로웠다. 김 위원장은 "파업의 표면적인 이유는 언뜻 임금인상률이라는 수치가 전부인 것 같지만 이는 내용을 깊이 들어다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연쇄작용을 일으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예견이다.

김 위원장은 “회사측이 확대할 예정인 ‘엘리트’ 서비스 때문에 조합원들의 노동강도가 몇 배는 강화될 상황”이라며 “관리에 필요한 간접시간이 늘어나지만 회사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엘리트’ 서비스는 간단한 고장은 기사가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원격제어로 바로잡는 시스템을 말한다. 회사측은 2009년 이를 처음으로 도입한 후 해마다 확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점검하던 엘리베이터를 석 달에 한 번 점검하게 됐다”며 “그 사이 원격제어로 잡아내지 못하는 여러 문제가 쌓여 있어 유지·보수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관리해야 할 엘리베이터의 수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결국 노동강도만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회사측은 새 시스템 도입과 상관없이 기사당 총 100대의 엘리베이터에 대한 유지·보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무인정비 시스템이 확대되면서 조합원들이 고용불안에 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노조는 이번 단체협상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측은 해당 시스템 도입을 점차 확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현제 엘리트 시스템이 도입되는 속도를 감안하면 매년 감원과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전체 엘리베이터에 사용된다면 조합원의 20~30%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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