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전문대나 특성화고의 특정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평가를 거쳐 국가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시험을 통하지 않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이수형 국가기술자격증제도’가 도입되는 것이다. 정부는 “산업현장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는 자격증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고용노동부는 22일 "과정이수형 자격제도 도입근거를 담은 국가기술자격법 개정안을 다음달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검정시험을 통한 국가기술자격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되고, 과정이수형 제도가 신설된다. 현재 556개에 달하는 국가기술자격 종목 중 기능사·산업기사 등급에 해당하는 300여개 종목이 도입 대상이다. 노동부는 기능사와 산업기사 검정시험 응시자격이 있는 특성화고와 전문대에서 시행하고 추후 민간 직업훈련기관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내년에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2013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특성화고나 전문대 등이 모두 제도도입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평가절차를 거쳐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는 과정에 한해 과정이수형 자격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노동부는 밝혔다. 세부기준은 시행규칙을 통해 정비된다.

이에 대해 전기기사·산업안전기사 등 이미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노동부가 기술인을 천대하고 국가기술자격증을 한낱 종잇조각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는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들은 힘들게 1~2년 공부해 자격증을 얻었는데, 정부가 시험 없이 자격증을 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검정 없는 자격증이 남발되면 현장에서 안전사고 증가 등 부작용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개정안이 산업현장에서 취득하는 '기술자격'에 국한돼 있는 관계로 '기술직 홀대'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노동부의 국가기술자격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토론방도 개설됐다. 전기안전협회 등 산업기사 관련 협회들을 중심으로 노동부의 개정안에 조직적 대응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하미용 노동부 직업능력정책관은 "자격증이 남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훈련과정에 대한 지정·평가 기준과 훈련생의 이수기준을 엄격하게 마련해 관리할 방침"이라며 "과정이수형 국가기술자격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자격증 취득자가 대폭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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