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상으로 드러난 르노삼성자동차의 근로조건은 양호한 편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처음으로 지난 2006년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했고, 올해만 해도 임금 10만200원을 인상하는 등 업계 평균 인상 폭을 웃돌았다. 하지만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지회장 박종규)는 이 같은 지표들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과 동종업체와의 노동강도 차이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인 조립생산성(HPV)은 르노삼성이 24.5, 현대차가 31.3이다. 르노삼성에서 더 빠른 속도로 자동차가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시간당 생산대수(UPH)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공장 중 UPH 속도가 가장 빠른 아산공장의 UPH는 60으로 1분에 한 대꼴로 자동차가 생산된다. 그런데 르노삼성의 UPH는 이보다 높은 64를 기록하고 있다. ‘밤샘 근무 폐지’를 뼈대로 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취지도 퇴색하고 있다. 박종규 지회장은 “교대제 개편 당시에는 ‘오전조 8시간+오후조 8시간’으로 설계됐지만, 해가 갈수록 생산대수가 증가하다 보니 현재는 ‘오전조 9시간+오후조 10시간’ 일하고 토요일까지 주·야간으로 공장이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현재 SM3·SM5·SM7·QM5 등의 차종을 부산공장 한곳에서 생산한다. 단일 공장에서 여러 차종이 생산되는 데다, 각 차종별로 다양한 옵션이 따라붙기 때문에 공정 자체가 복잡하다. 지회가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2 공장 설립’을 들고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력을 충원하고 공정을 단순화해 노동강도를 완화하자는 제안이다.

임금수준도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게 지회의 설명이다. 박 지회장은 “회사는 올해 임금 10만200원을 인상했다고 밝혔지만 여기에는 호봉승급분이 포함돼 있고, 회사가 직종별 성과경쟁을 강조해 결과적으로 직원 간 임금인상액에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