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8일 개최한 ‘한진중공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남호 한진중 회장이 정리해고를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일각에서 정리해고 해소방안의 일환으로 제기되고 있는 ‘무급휴직’이나 ‘순환휴직’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진전된 해법을 기대했던 여야 의원들은 조 회장에게 “대책도 없이 청문회에는 왜 나왔냐”고 질타했다.

조 회장은 이날 “현재 영도조선소 내 도크가 비어 있고, 지금 당장 선박수주가 이뤄지더라도 선박건조 준비를 위해 소요되는 13개월 동안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재직 중인 임직원 1천400명을 소화하기도 벅찬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해고자 94명 선 복직과 인력운용방안 논의’를 해법으로 제시했던 금속노조의 제안을 거부한 셈이다.
 


조 회장은 31척(5조원 상당)에 달하는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수주잔량 중 일부를 부산 영도조선소로 옮겨와 국내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불가하다”고 밝혔다. 수빅조선소 수주물량 중 19척은 중형 컨테이너선으로 도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영도조선소에서도 건조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조 회장은 “선주들이 수빅에서 건조해 달라고 지정한 것을 우리가 임의적으로 바꿀 수 없다”며 “선주들은 영도보다 가격 부담이 낮은 수빅에서 배를 만들기를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빅보다 영도의 노무관리 비용이 4배 이상 비싸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조 회장은 지난 10일 발표한 호소문에서 해고자에 대한 3년 내 우선 복직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기준법 제25조 ‘우선 재고용’ 조항에 사용자의 의무로 명시된 내용”이라며 “당연히 해야 되는 것 말고, 진전된 대책을 내놓으라고 청문회를 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한진중에서 단행된 정리해고는 요건을 못 갖춘 부당해고라는 데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었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기업평가 A등급에 1조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심지어 정리해고 단행 다음날 주주 배당잔치를 벌인 회사의 정리해고를 과연 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겠냐”고 따져 물었다.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은 “싸움을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있듯이, 노동부는 한진중 노사의 교섭 중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채필 노동부장관은 “최종 결정권은 노사에 있고, 노사가 자율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