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오랜 진통 끝에 18일 한진중공업 청문회를 개최한다. 6월29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청문회가 무산된 지 2개월여 만이고, 야당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청문회를 열자고 제기한 올해 2월부터 따지면 6개월여 만이다.

여야가 한진중 청문회 개최에 합의하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고공농성,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의 단식농성, 야당 국회의원들의 줄기찬 청문회 요구, 그리고 1~3차 희망버스에 올라탄 시민들….

이들의 요구는 하나였다. 한진중의 부당한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하고, 이를 기피하는 조남호 회장을 국회에 앉혀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서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과 갈등도 컸다. 정치권이 적극 목소리를 내고 희망버스가 잇따라 출발하면서 정부·여당과 보수진영은 “외부세력은 개입 말라”며 공세를 폈다. 하지만 한진중으로 상징되는 재벌과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조남호 회장은 해외도피 50여일 만에 귀국했고 김진숙 지도위원을 물고 늘어졌지만 어찌 됐든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여당은 기어코 김진숙 지도위원을 참고인으로 채택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때맞춰 한진중 노사가 협상을 시작했다. 조남호 회장도 알 것이다. 지난번처럼 청문회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려 노사합의를 했다가는 어떤 사단이 나는지를. 마침 조 회장도 이번만큼은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임하고 있다는 게 여당의 전언이다.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은 “조 회장이 귀국한 데는 여당의 노력도 컸다”며 “조 회장도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히 여야 모두 청문회 이전에 노사가 타결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얘기다.

돌고돌아 여기까지 왔다. 이번 청문회가 길고 지난했던 한진중 정리해고 사태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정리해고가 어떻게 인간을 피폐화시키고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지에 대해 정부·여당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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