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으로부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받은 금속노조 KEC지회가 10일 교섭권을 사실상 신규노조에 빼앗겼다. 법원과 다른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서 비롯된 창구단일화 절차에 따라 신규노조가 노동위원회로부터 과반수노조 지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경북지노위는 이날 오후 KEC노조가 신청한 ‘과반수 노동조합에 대한 이의신청’ 판정회의를 열어 KEC노조를 과반수노조로 결정했다. 경북지노위 관계자는 “공익위원들이 1시간30분 이상을 검토하다 전원합의로 결정했다”며 “(조합원수가) 한두 명이 아니라 명백하게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복수노조가 허용된 뒤 과반수노조 이의신청 판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KEC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놓고 지난해 금속노조 KEC지회가 파업을 벌이는 등 노사관계가 2년째 불안한 상황이다. 올해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되자 곧바로 KEC노조가 설립됐는데, 지회 조합원들이 설립 전부터 대거 이탈해 노조에 가입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개입했다는 부당노동행위 의혹까지 불거졌다.

직원 900명인 KEC는 지난달 1일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했다. 지회와 신규노조는 모두 7월29일 자신이 과반수노조라고 사측에 통보했다. 지회는 조합원이 618명, 신규노조는 조합원이 467명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반발한 신규노조가 이달 1일 과반수노조를 가려 달라고 경북지노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KEC지회는 경북지노위가 신규노조를 과반수노조로 판정하자 “대한민국의 법은 죽었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구미지부 관계자는 “지회가 교섭대표노조이고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났는데도 경북지노위가 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라고 판정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금속노조가 KEC를 상대로 낸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사용자가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1회당 10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노조법의 취지와 목적·다른 조항과의 관례 등을 종합하면 2011년 7월1일을 이 법 시행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혀 노동부의 그간 행정해석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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