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일간 해외를 전전했던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입을 열었다.
 
조 회장은 10일 "(해외출장이) 본의 아니게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야기시킨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면서도 "구조조정은 회사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대신 희망퇴직자의 경우 자녀 2명까지 대학 졸업시까지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사태해결의 알맹이가 빠진 기만적인 발표"라고 반발했다.

지난 6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를 앞두고 출국해 도피성 외유라는 비판을 한 몸에 받았던 조 회장은 이날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는 호소문에서 "정리해고 철회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 회장은 "회사의 불가피한 선택에 대해 무조건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얘기는 결국 회사에 필수적인 체질개선을 포기하고 경쟁력 없는 상태로 돌아가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희망버스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외부세력'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당사자 간 합의를 무시한 외부세력들의 개입으로 합법적인 경영활동이 힘들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원칙이 무너지는 결과가 된다"고 강변했다.

조 회장은 이어 한진중 정리해고 사태 해결방안으로 △3년 내 경영정상화 후 퇴직자 재고용 노력 △희망퇴직자 400명 자녀에 대해 학자금 전액 지급 △지역주민을 위한 발전기금 조성 △협력업체의 경우 경영성과에 따른 실질적 보상 등을 제시했다.

그런데 조 회장이 해결방안으로 내놓은 '경영정상화를 전제로 한 퇴직자 재고용'은 특별한 대안이 아니다. 그저 근로기준법을 지키겠다는 얘기다. 근기법(제25조)에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했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해고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희망퇴직자 자녀 학자금의 경우 현재 단체협약에 규정된 내용으로, 다만 이를 희망퇴직자에게 확대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한진중은 단협에 따라 유아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자녀 교육비를 일정 정도 보조하고 있다. 대학생의 경우 1인 2자녀에 한해 총 16학기 등록금 전액을 지급한다.
 
한진중 해고자들은 "차라리 그 돈으로 고용을 유지해 달라"는 입장이다. 정리해고자인 전아무개씨는 "퇴직자 학자금 지원금만 매년 1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 돈이면 해고자들을 원직복직시켜 임금을 줘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산) 영도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영도조선소를 지키겠다면, 어떤 플랜을 마련할 것인지 교섭석상에서 노사의 역할에 대해 진정성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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