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교대근무와 초과근무로 과로에 시달리던 소방공무원이 바이러스 뇌염 발병으로 사망했다면 공무상질병에 해당하고 국가유공자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은 지난 4월6일 한 소방공무원(사망 당시 41세)의 아내 김아무개씨가 울산보훈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유공자 유족요건비해당 결정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씨의 남편은 96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여러 파출소에서 근무했다. 남편의 기본업무는 화재진압과 구조·구급업무였다. 근무기간 동안 총 화재출동건수는 450여회, 구조·구급출동건수는 350여회였다. 사망 전 3개월 동안 화재진압 등 출동횟수와 교육훈련횟수는 각각 33회였다.

김씨의 남편은 이 밖에 이상기온시나 명절, 대통령 해외순방기간 등의 경우 전일 24시간 동안 출동대기하고 대형화재 취약대상을 확인하는 화재특별경계업무를 섰다. 한 달에 한두 번은 소방용수와 지리조사업무를 수행했다.

교대·초과·야간근로에 승진시험 준비까지

해당 파출소는 소방관들이 주야간으로 나뉘어 5일 동안 주간근무를 하고 다음날부터 격일로 10일 동안 야간근무를 했다. 김씨 남편의 초과근무·야간근로시간은 2007년 2월부터 같은해 9월까지 월평균 70시간을 웃돌았다. 게다가 지방공무원 승진시험 예정자 명단에 포함돼 퇴근 후에는 도서관에서 시험준비까지 했다. 그런 가운데 2007년 4월부터 6월까지 안전시설 특별추진팀에 파견돼 다중이용업소들이 안전설비를 구비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김씨의 남편은 2007년 9월부터 두통과 온몸이 쑤시는 증세를 보였음에도 계속 근무하다 10월3일 집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돼 입원치료를 받던 중 같은달 21일 숨졌다. 담당의사는 "망인이 소방업무로 인해 극도로 과로했고, 스트레스를 받은 사실이 있다"며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압박감으로 인해 신체의 저향력이 극도로 약화된 상태에서 바이러스성 뇌염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견을 밝혔다.

김씨는 같은해 11월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급 지급을 청구했다. 공단은 그러나 이듬해 1월 "망인이 공무상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았다. 공단이 불복해 항소했으나 기각돼 유족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이어 울산보훈지청에 "남편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상 국가유공자인 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며 국가유공자 유족요건 확인신청을 했다.

법원, 공무상질병 인정

지청은 그러나 지난해 4월 유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유공자법상 국가유공자에게는 공무원연금법과 달리 각종 예우와 보상이 주어지므로 그 인정요건을 엄격히 봐야 하는데, 바이러스성 뇌염은 일반적으로도 흔히 감염되는 질환이어서 공무수행으로 인해 발병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씨는 다시 지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에서 이겼다.

울산지법은 판결문에서 "망인은 업무상과로로 인한 신체의 저항력과 면역기능이 악화된 상태에서 비위생적인 화재현장으로의 잦은 출동으로 인해 뇌염의 원인이 된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이미 감염돼 체내에 잠복하고 있던 단순포진 또는 대상포진 바이러스 등이 과로 또는 스트레스 등에 의해 면역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재활성화돼 뇌염이 발병된 것으로 추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와 망인의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돼 망인은 공무상질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보여진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울산보훈지청)의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관련판례]
울산지방법원 2011년 4월6일 선고 2010구합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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