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일할수록 살이 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비만이 노동환경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주장이다.

최봉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어바인) 교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안전보건동향 8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최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비만 유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인 미국과 한국의 비만 수준이 비슷하다"고 밝혔다. 인종 특성을 고려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서태평양지역비만연구자 그룹에서 제시한 비만기준 수치를 적용하면 한국 성인인구 중 30.5%가 비만인데, 3명 중 1명이 비만인 미국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비만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노동환경을 미국과 캐나다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3가지 메커니즘으로 분석했다. 가장 먼저 든 메커니즘은 "직무통제력 수준이 비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업무상 의사결정 권한이 많고, 일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은 노동자들이 여가시간에 운동을 자주 하고 지역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사회심리적 노동환경이 노동자들의 에너지 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은 두 번째 메커니즘으로 지목됐다. 최 교수는 “스트레스성 과식습관은 남성 노동자의 경우 직무요구가 높을수록, 상사의 지지도가 낮을수록 많았다”며 “여성은 직무통제가 낮을수록, 동료들 지지가 낮을수록 스트레스성 과식습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운동량이나 과식과는 별도로 중추신경계에 직접 영향을 미쳐 비만하게 하는 요인이 있다고 강조했는데, 바로 노동시간이었다. 최 교수는 “장시간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체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이 장시간 활성화돼 복부비만의 원인이 되는 혈중 코티졸을 높인다”고 말했다. 장시간 노동을 하면 몸속 지방이 복부에 쌓일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그는 “한국에서는 노동자 비만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산업안전보건 당국이 한국 실정에 맞는 작업장 비만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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