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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출·야간·휴일 노동에 쓰러지는 건설노동자만성피로에 안전불감증까지 '엎친 데 덮친 격'
김은성 기자  |  kes04@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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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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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롤러크레인 기사 여아무개(41)씨는 지난해 11월 감기에 걸려 몸살을 앓았다. 부산의 한 공사장에서 일했던 여씨는 8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로 최근 10년간 감기 한 번 앓은 적이 없었다. 그의 출근시간은 새벽 5시였지만 퇴근시간은 일정하지 않았다. 하루 평균 10시간 노동을 기본으로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야간근무가 일상이었다. 잠잘 시간도 부족했던 여씨에게 감기 몸살로 병원에 가는 건 사치였다. 한 달에 두 번 쉬는 주말에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충남 논산에 다녀오느라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급성폐렴으로 갑자기 쓰러졌고, 보름 만에 사망했다. 유족들은 과로에 따른 산업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지난 28일 불승인 결정을 내렸고, 유족들은 이에 맞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강동구 노조 부산울산경남본부 크롤러크레인분회장은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 병을 키우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느라 결국엔 전부 다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강 분회장은 “간질환 등을 많이 앓는데도 술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을까 봐 과로에 대해 말도 못 꺼내는 경우가 많다”며 “기혼은 집에 들어가지 못해 아이들이 아빠를 무서워하고, 미혼은 연애할 시간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등 장시간노동으로 인해 최소한의 사회생활조차 유지하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2. 지난해 3월 춘천의 한 공사장에서 펌프카 기사 손아무개(36)씨가 타설 후 차량 지지대를 접는 과정에 몸이 끼여 숨지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김영선 노조 펌프카분회장은 "펌프카 기사들은 장시간 근무로 인해 꿈에서 주행을 하는지 현실에서 주행을 하는지 모른 채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순간적으로 멍한 상태에서 협착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건설노조가 지난 22일 전국 펌프카 기사 2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4시간으로 출퇴근과 차량정비 시간을 포함하면 최소 16시간이 넘는다. 수면시간은 평균 5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일요일에 쉰다고 답한 사람은 28%에 그쳤다.

장시간노동에 따른 만성피로는 대형사고의 원인이 된다. 노조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불러 펌프카 노동자는 물론 주변의 노동자들까지 상해를 입히게 된다”며 “만성피로와 불안감 속에 속도전으로 진행되는 작업은 결국 건설현장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콘크리트 붕괴사고(거푸집 붕괴 등)를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 레미콘 기사 이아무개(47)씨는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레미콘 임대업체로부터 새벽 2시에 타설을 하라는 '조출' 지시를 받고 출근길에 오를 때면 잠을 쫒느라 애를 먹는다고 했다. 새벽에 빨리 출근을 한다고 해서 일이 빨리 끝나는 건 아니다. 퇴근시간은 현장마다 제각각이지만 밤10시까지 이어지는 야간근무가 다반사다. 이씨는 "레미콘 공급이 건설현장 수요보다 많아 제 살 깎기 경쟁을 하느라 ‘조출’과 ‘야간근로’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피로로 인한 졸음운전에 따른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모두 쉬쉬하느라 과로에 따른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통안전공단이 올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교통사고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는 전체차량이 3.6명, 영업용이 11.6명이었다. 레미콘은 12.4명으로 가장 높았고, 전체 차량보다 무려 4배 가까이 됐다. 교통사고 치사율(사망자수/발생건수)도 전체차량이 2.5명, 영업용이 2.0명, 레미콘이 5.9명으로 전체차량 대비 레미콘이 2.4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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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2007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발생 실태 및 전략적 예방대책’ 보고서를 통해 “레미콘 종사자들이 피로할 경우 졸음운전 등의 위험이 있어 이로 인해 중대사고가 발생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만성피로에 안전불감증 … "일요일엔 쉬자"

건설노동자들이 장시간노동에 소리 없이 쓰러지고 있다. 하루 8시간 노동은 고사하고, 일요휴무가 소원인 건설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휴일·조출·야간노동 탓에 장시간노동에 시달리지만 그에 따른 연장수당이나 특근수당은 거의 없다. 특히 펌프카와 크롤러크레인의 경우 90년대에는 3명이 한 조가 돼 장비점검·작업·안전관리 등으로 일을 분담해 팀으로 작업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기사 혼자 1인3역을 하는 실정이다.

건설노동자들이 장시간노동을 줄이기 위해 투쟁에 나선 이유다. 펌프카와 크롤러크레인 기사들은 현재 일요 휴무제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레미콘 업계에서는 인천·김포 지역을 중심으로 기사들이 연대회의를 구성해 오전 6시 이전에 출근하는 조출과 오후 7시 이후 야간에 타설하는 것을 근절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50대 초반이다.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안전사고는 물론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나이다.

무리한 이윤추구 묵인하는 정부

건설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건설사들의 무리한 이윤 추구를 지목했다. 이병기 인천·김포지역 레미콘연대회의 공동의장은 “과거에는 시멘트가 굳어 버리는 등 건설작업 특성을 이유로 장시간노동을 강요받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공사 공법과 기술이 발달해 8시간 노동으로도 얼마든지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사기간과 인건비 단축만을 추구하는 건설사의 의지가 문제라는 얘기다.

이 의장은 “건설사 이윤을 위해 착취당하는 봉으로 이용당하는 일을 더 이상 감내하고 싶지 않다”며 “조출·야간 금지는 최소한의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강동구 크롤러크레인분회장은 “불가피한 연장근무가 필요하다면 주 5일 근무를 하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처럼 근로기준법에 따라 특근수당을 지급해 기사들이 선택을 하게 만들거나, 대체기사를 고용해 공사를 진행하면 된다”며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장시간노동을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20인 미만 사업장에 주 40시간제가 적용되는 만큼 건설현장 근로시간 준수 여부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건설노동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국가계약법 공사계약일반조건에 따르면 건설사는 발주처 등의 계약담당자 승인 없이 휴일 또는 야간작업을 할 수 없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건설현장의 장시간노동 관행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훈 노조 정책국장은 “사실상 건설현장 내 장시간노동은 정부가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공공공사 현장에서부터 정부의 관리감독 아래 일요휴무라도 실시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여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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