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지구촌국제학교’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과 한국국적의 아이들이 섞여 생활하는 배움의 공간이다. 올해 3월 공식 개교했다.

얼마 전 이 학교에서 학생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두 명의 회장후보가 경합을 벌였다. 한 아이는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고 또 다른 아이는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가 아프리카 가나 사람이다. 당연히 두 아이의 생김새는 완전히 다르다. 한 아이는 전형적인 동양인의 얼굴과 피부를 가졌고, 다른 아이는 검은 피부에 곱슬머리를 지닌 흑인의 얼굴을 타고 났다.

누가 학생회장이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나인 엄마를 둔 검은 피부의 어린이가 이 학교 초대 학생회장에 뽑혔다. 이 아이의 연설이 투표권을 가진 친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아시죠? 그의 피부가 왜 까만지 아세요? 아버지가 아프리카 케냐 출신이라서 그렇대요. 우리 엄마도 아프리카 가나에서 한국으로 시집왔어요. 그래서 내 얼굴도 까매요. 저도 크면 오바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여러분이 도와주실 거죠?”

적어도 이 학교에서만큼은 피부색이나 부모의 국적 따위가 아이들의 꿈을 가로막는 방해물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지구촌국제학교의 또 다른 이름은 ‘오바마 스쿨’이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오바마와 같은 최고의 인재로 길러 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최근 이 학교 아이들이 오바마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한국에 방문할 일이 있거든 꼭 학교에 들러 달라는 바람을 적었다. 아이들이 꿈이 이뤄질 날을 함께 기대해 본다.

지난 22일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와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은 다문화주의와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증오였다. 92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인종 차별주의의 근저에 ‘백인 우월주의’가 있다. 백인 우월주의는 우리 안에도 존재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백인종을 대하는 태도와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 온 유색인종을 대하는 태도는 민망할 정도로 다르다.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국적과 피부색이 서로 다른 미국·독일·가나·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들이 크레파스와 물감에서 ‘살색’이라는 색깔 이름을 없애 달라고 진정을 냈다.
 
당시 인권위 상임위원이 미국인과 독일인에게 물었다. “백인들은 차별을 당하지 않는데 왜 진정을 내나?”

돌아온 답변이 걸작이다. “한국인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잘해 준다. 그것도 차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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