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1월 노조를 설립한 뒤 13년 넘게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습니다. 28일 오후 7시에 벌이는 교섭이 100차째입니다.”

홍봉기 화섬연맹 송원산업지회장과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룸에 섰다. 홍 지회장은 이날 “회사가 교섭을 무성의와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노조를 인정하고 대화로 단체협약 체결을 하자”고 호소했다. 송원산업은 플라스틱첨가제와 PVC안정제를 생산하는 중견기업이다. PVC안정제 시장에서는 세계 수위를 다투고 있다.

그런데 지회의 주장대로라면 이런 성과는 ‘빛 좋은 개살구’다. 지회의 주장은 이렇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2개조가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일하다 보니 노동시간이 1주일에 70시간, 월 300시간에 달한다. 결원이라도 생길라치면 36시간을 연달아 일할 때도 있다. 노조가 생기기 전부터 시작된 맞교대는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임금저하 없는 주 40시간제 도입을 요구사항에 넣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조도 교묘한 방법으로 무력화되고 있다. 지회가 설립되던 98년 전체 노동자 200명 중 127명에 달하던 조합원은 회사 직원이 470명으로 늘어나는 동안 오히려 34명으로 줄어들었다. 창립하던 해 7~8월 38일 동안 파업을 벌였는데, 회사는 당시 9명을 해고하고 조합원을 대량 징계했다. 이듬해에는 조합원수가 반 이상 줄었다.

홍 지회장은 “자연감원과 징계해고로 빠진 자리에 회사는 임직원의 추천을 받아 입사를 시켰고 이들에게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촌의 소개로 입사한 한 조합원의 경우 삼촌이 집으로 찾아가 노조탈퇴를 눈물로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지회의 단체협약 요구안에는 노조활동 보장이 포함돼 있다. 노조 사무실 제공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인정, 사내게시판 자율 활용도 주요 요구사항이다.

하지만 회사측은 냉담한 반응이다. 김충식 송원산업 총무이사는 “주 40시간제를 하고 있고, 2조2교대라는 주장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근로시간은 법으로 정해진 주 52시간 범위 안”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 노조와 교섭을 할 있겠느냐”며 “회사에서 노조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5%도 안 돼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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