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저녁부터 20일 오전까지 모처럼 진행된 SC제일은행 노사의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달 27일 시작된 금융노조 SC제일은행지부의 파업은 며칠만 지나면 한 달이 된다. 이미 이달 15일 은행권 파업 사상 최장기 파업기록을 세웠다.

굳이 최장기 파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부의 파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이례적이다. 2000년 국민·주택은행지부 파업, 2003년 조흥은행지부 파업, 2004년 한미은행지부 파업 등 기존 은행파업은 모두 은행 간 인수합병이 원인이었다.

그런데 SC제일은행지부 파업은 말 그대로 임금·단체 협상 결렬에 따른 파업이다. 그것도 지난해 하반기, 늦어도 올해 상반기에는 체결했어야 할 2010년 임단협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이례적인 것이 또 눈에 띈다. 임단협 교섭은 보통 노조 대표가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담아 사용자에게 요구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지부의 파업은 사용자인 은행측이, 개별성과급제 도입과 퇴출성 제도인 후선역 제도 확대를 노조에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노조가 임금인상률이나 복지제도 확대를 요구하고, 이에 대해 사용자가 다른 방안을 제시하는 일반적인 임단협 교섭과는 판이했다. 관련법상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사용자가 정리해고나 희망퇴직을 요구하는 것과도 성격이 다르다. 노조가 굳이 협상에 응할 의무가 없는, 사용자가 요구한 내용 때문에 파업이 발생한 것이다.

지부는 교섭을 시작할 때부터 임금과 복지 등 임단협 사안은 먼저 합의하고, 개별성과급제에 대해서는 추후에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개별성과급제를 무조건 반대하면 임단협을 마무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내놓은 고육책이었다. 이는 노동위원회나 고용노동부도 권고한 내용이다. 다른 사업장 같았으면 벌써 합의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들조차 “SC제일은행이 지부 제안을 수용했어야 했다”고 얘기할 정도다.

김재율 지부 위원장은 은행권 최장기 파업기록을 경신한 지난 15일 “위원장으로서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파업이 길어지기를 원하는 위원장은 대한민국에 없을 것이다. 외국계 은행의 막가파식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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