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희망버스 동승을 거부했다. 민주당 전체가 그렇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는 희망버스 동승을 반대하면서 정치적 해법을 제안했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인가. 지난 보선 이후 나름의 지지세를 확장하던 손 대표는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특별한 관심을 만들지 못하더니 이후 그 정치적 존재감이 약화돼 가고 있다.
 
그건 당연한 결과다. 이 나라 민중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문제 앞에서 아무런 적극적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정당과 그 대표에게 민심이 기울 수 없다. 부당해고만큼 생활에 결정적 위기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는가. 이에 저항하는 김진숙과의 연대는 민주당의 미래와 직결된다. 담대한 진보, 유연한 진보 운운은 단지 당 대회 때만의 구호였는가.
민주당 내부의 최고위원 가운데 희망버스 동승에 열성적이며 이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세력 자체가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민주당은 지금 매우 애매한 처지에 놓여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이 나라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타파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서 풀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해법을 만드는 것은 제1 야당으로서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자면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절실해야 한다. 희망버스는 바로 그 현장이해의 절실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된다. 그런데 손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현장이해도 없이 어떻게 정치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단 말인가.

일단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뭐 나온 것이 있는가. 없지 않은가. 이렇게 되면 손 대표의 말은 공언(空言)이 된다. 이런 것들이 쌓여 그의 지지도가 내리막길로 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로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쉽지 않은 마당에 이런 식으로는 더더욱 궁지에 몰릴 수 있다.

경찰들이 희망버스 시민들에게 가한 폭력에 대한 규탄도 별반 없다. 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권교체의 임무를 맡겠는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나름대로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치적 긴장이 사라지고 뭔가 느슨해지는 느낌이다. 선거상황이 좋다고 판단해서 이러는 모양이지만, 바로 그게 스스로에게 덫이 되는 것을 모르는가.

민주당 내부에 흐르는 이러한 느슨한 기운은 야권연대에 있어서도 말로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는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 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될 수 있는 사안인데, 어디 이게 지금 되겠는가. 선거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판에 기득권 포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 된다. 그러니 말은 야권연대를 외치고 있지만 단기적 이해관계는 이걸 가로막고 있다.

민주당의 독자집권은 지금 불가능하다. 그건 누구의 눈에도 명확하다. 게다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두주자인 손 대표의 지지율은 상대 강력후보인 박근혜의 3분의 1이다. 이 격차는 메우기 어려운 격차다. 혼자서는. 따라서 함께 손잡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정권교체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오늘의 민중적 현안, 노동자들의 현실에 더욱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이를 기초로 민주당의 정치를 복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건 야권연대의 기초를 든든히 하는 일이자, 민주당의 정치적 위상을 분명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야권연대에 대한 진정성을 정치적으로 확인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걸 외면하는 상태에서 민주당의 정치행위는 대중적 영향력을 높이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진보대통합의 과정도 지금 여의치 않고 민주당도 뭐 그리 특출나게 대중들의 폭발적인 환호를 이끌어 내는 것도 아닌 현실에서 고통의 연속을 겪고 있는 것은 이 나라 민중들이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지출은 늘며, 수입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부당해고까지 겹치는 현실은 정치의 변화와 이를 근거로 하는 정책의 우선순위 변화에 달려 있다.

제1 야당으로서의 민주당의 책임은 그런 차원에서 면죄부가 주어질 수 없다. 언론환경도 기가 막히고, 노동현실은 악화되고 있으며, 서민들의 삶은 날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강렬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임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상대의 실수나 바라면서 적당히 선거에서 이길 생각이나 하고 있는 정당으로 비친다.

민주당이 자꾸 이런 식으로 나가는 것은 정치적 자멸의 길로 가는 선택임을 언제쯤 깨우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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