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삼화고속지회는 지난 19일 자정부터 20개 광역노선 239대의 심야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이로 인해 서울과 인천에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삼화고속지회는 심야운행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20일 "회사가 창구단일화 절차를 핑계 삼아 자율교섭에 대한 노사합의서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사가 이달 10일 자율적으로 성실히 교섭에 응하기로 약속했는데, 회사를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심야운행 중단 빌미는 고용노동부가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노동부가 창구단일화 절차를 오락가락 해석하면서 지회의 교섭권이 위태로운 지경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회는 3월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했다. 근로기준법 준수와 10년여간 동결한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다.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자 지회는 쟁의조정 절차를 거쳐 지난달 25일과 26일 이틀간 경고파업, 이달 8일부터 10일까지 전면파업을 벌였다. 결국 노사는 성실한 자율교섭에 임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14일 오후 2시에 첫 교섭을 하고, 다음주에 2차 교섭을 벌인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노사는 이날까지 첫 교섭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삼화고속은 조합원 619명의 지회 외에도 이달 1일 노조설립신고를 한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인천지역노조 소속 삼화고속지부(조합원 97명)와 기업별노조인 삼화고노조(10명) 등 3개 노조가 존재한다. 회사는 지회와 교섭을 진행하지 않은 채 이달 11일 나머지 2개 노조로부터 교섭요구를 받았다면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19일부터는 이들 2개 노조가 교섭요구 노조임을 확정하는 공고를 냈다.

그동안 교섭요구를 하고 파업까지 벌인 지회는 11일부터 진행된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교섭권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지회는 노동위원회에 회사의 ‘교섭요구노조 확정공고’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노동부에서 7월 이전부터 교섭 중인 노조는 별도의 교섭요구를 하지 않아도 교섭을 지속하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인천시가 참관한 가운데 10일 노사가 자율교섭에 합의했는데 이제 와서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으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노동부는 이달 1일 이전부터 교섭 중인 노조는 이 사실 자체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본지 7월1일자 8면 참조> 그런데 노조법 시행령은 반드시 노조가 조합원수 등을 적시한 서면을 통해 교섭을 요구해야 창구단일화 절차가 개시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노동부의 해석이 법령과 충돌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노조법 29조2(창구단일화 절차)는 노조가 2개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단일노조인 경우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노동부는 "다른 노조가 있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경우가 있으므로 모든 사업장에서 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단일노조인 일부 사업장에서는 회사가 창구단일화 절차를 이유로 교섭을 중단하는 사태가 속출해 몸살을 앓았다.

노동부는 이와 함께 노조법상 보장된 자율교섭에 대해서도 사용자는 가급적 동의하지 말라고 지도하고 있다. 1사 다수노조 사업장에서 자율교섭으로 단협이 여러 개가 될 경우 단지 창구단일화 확정절차가 빈번하다는 이유다. 노동계는 “창구단일화 제도가 복잡한 데다 노동부의 자의적인 법해석이 현장 노사관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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