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사건의 개요

K타이어(주) 곡성공장 포장반에서 (주)S티피 소속으로 근무하던 강아무개씨와 엄아무개씨는 포장 업무가 외주화될 것이라는 고용불안을 느껴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근로자파견을 전제로 한 진정과 차별시정신청을 제기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조사 결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의 근로자파견이며 근로자파견 기간이 2년이 경과했으므로 파견법 제6조의2에 따라 K타이어(주)에 직접고용지시를 했다. K타이어(주)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직접고용지시 처분 취소청구소송을 광주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강씨와 엄씨가 제기한 차별처우시정 신청사건 또한 파견법상의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며 K타이어(주) 근로자와 비교해 지급받지 못한 상여금 등에 대해 (주)S티피에 차별시정을 지시했다. 이 역시 (주)S티피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차별시정 명령 취소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주)S티피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시정 명령 취소청구소송은 2009년 12월11일 서울행정법원(2009구합22164)이 기각했으며, 지난해 12월1일 서울고등법원(2010누2854)이 항소를 기각했고, 올해 3월24일 대법원(2010두29413)이 상고를 기각해 확정됐다.

K타이어(주)가 광주지방노동청을 상대로 제기한 직접고용 시정지시처분 취소소송(2009구합1761)은 지난해 6월17일 광주지방법원에서 기각됐으며, 광주고등법원(2010누1346)과 대법원(2011두6097)을 거쳐 지난 7월1일 확정됐다.

Ⅱ. 판결이유 요지

1. 근로자파견의 문제

판결은 근로자파견을 판단하면서 근로자파견이 갖는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우선 지적했다.
“근로자파견의 근본적인 문제는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사람이 수급사업체에 수수료만을 지불할 뿐 노동관계법상의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는 데에 있다. 또한 수급사업체에 고용돼 일하는 근로자는 도급사업체의 근로자와 같은 일을 함에도 낮은 임금을 받으며 오히려 더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근로자파견에 관한 사회적인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근로자파견이 갖는 문제를 법원이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 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며 민법상 ‘도급’은 수급인이 도급인으로부터 도급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근로자를 고용한 후 직접 지휘·명령을 해 해당 업무에 종사하도록 하는 형태이므로 파견법상의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첫째 파견사업주가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있어야 하고, 둘째 파견근로자가 근로관계에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가. 사업주로서의 실체

판례는 파견사업주가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인정1)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고용노동부의 도급과 근로자 파견을 구분하는 기준이기도 하나 현실적으로 근로자파견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사용사업주 입장에서 파견사업주에게 4대 보험 가입 및 세금 납부,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서 작성 등을 도급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 그에 따라 4대 보험 가입 등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다.

이에 반해 창원지방법원의 판결(2010.12.23 선고 2009노579 판결)은 이를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근로자파견의 경우도 파견사업주의 실체가 존재할 것을 전제하므로(만일 협력업체들에게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인정되지 않아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사용사업주에 대한 사용종속성까지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 근로자들과 사용사업주 사이에는 직접고용관계가 인정돼 도급이나 파견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아니한다) 위와 같은 사업주로서의 실체에 관한 사정들을 가지고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파견사업주가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부인될 때에는 사용사업주와 묵시적인 근로관계가 성립된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이는 도급이나 근로자파견과는 무관하다고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4대 보험 가입 여부 및 세금 납부 여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등을 가지고 파견사업주의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판단하고 있으나 이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며 현재까지 고용노동부가 파견사업주의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부인해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판단한 사례는 없다는 점에서 파견사업주의 실체 여부를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근로자파견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 위한 기준에 불과하다.

나. 지휘·명령 관계

재판부는 ① 도급계약이 K타이어(주)의 비정규직 직무의 정규직 전환에서 누락된 일부 제조 공정에 관한 근로자 공급을 목적으로 체결됐고, 도급 목적이 포괄적이며 제공된 노무의 정도에 따라 도급비가 산정된 사실, ② K타이어(주)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명확히 구분됨이 없이 혼재돼 작업한 사실, ③ K타이어(주)의 일일포장작업계획서와 근무시간에 따라 업무가 행해졌으며 작업배치 및 근태관리에 있어 K타이어(주)가 직접적으로 행한 점, ④ (주)S티피가 고유 기술이나 자본 등이 업무에 투입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K타이어(주)가 직접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해 파견법상의 근로자파견 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K타이어(주)가 부족한 인력을 공급받기 위해 도급계약이 이루어졌으며 그에 따라 K타이어(주)가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행한 것이므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점에서 이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최근 근로자 파견이 단순·반복적인 업무로서 사용사업주의 별도의 구체적인 업무 지시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 판례는 별도의 구체적인 작업 지시가 없다하더라도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의 영향력 행사 정도를 가지고 지휘·명령에 대한 판단을 행한 것은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할 것이다.

Ⅲ. 법적 한계

이 사건 판결은 개정 파견법에 따른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지시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개정 파견법에 따라 차별처우시정 신청을 해 대법원에서 확정됐으나 차별은 시정되지 못한 채 파견사업주가 2009년 4월21일 폐업함에 따라 파견근로자는 해고됐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의 직접고용 지시에도 불구하고 파견근로자는 K타이어(주)에 직접고용되지 못하고 있다2). 구 파견법 제6조제3항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8.09.18 선고 2007두22320 판결)에도 개정 파견법은 위법 사항을 어느 하나 시정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건은 결국 구 파견법 제6조제3항으로 다시 개정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각주]
1) 파견근로자가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참석해 파견사업주가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없음을 주장했으나 당사자인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사업주로서의 실체를 인정함에 따라 피고보조참가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 파견근로자는 K타이어(주)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해 현재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에 있으며,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가처분신청을 통한 간접 강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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