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사내하도급 노동자의 노동조건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이후 1년여 만이다. 그런데 가이드라인 내용이 최저임금을 지키라는 원론적인 수준인 데다, 법적 구속력도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가 18일 공개한 가이드라인은 원청사업주와 하청사업주가 각각 지켜야 할 준수사항과 노력사항, 공동으로 조치해야 할 사항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5월 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의 공익위원안에서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다.

◇법 지켜라?=노동부는 가이드라인에서 원청사업주의 귀책사유로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체불임금이 발생할 경우 하청업체와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다. 도급계약 체결시 사내하청 노동자 인건비 단가가 최저임금 이상이 돼야 하며,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존의 노동관계법령을 준수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마디로 "현행법을 지키라"는 당연한 얘기다. 노력사항과 공동 조치사항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기여도 고려한 적정임금 보장=노력사항과 공동조치사항도 준수사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가이드라인에는 원청사업주의 노력사항으로 적정임금 보장 원칙이 명시됐다. 원청이 도급대금을 부당하게 인하하거나 낮은 단가를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도급대금 결정시 하청업체의 기여를 고려해 원사업주의 성과가 적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내용도 들어갔다. 논란 중인 초과이익공유제와 유사한 내용이다. 물론 법적 구속력은 없다.

원·하청사업주의 공동노력사항으로 도급관계가 끝날 경우 1개월 전에 통보하고 하청노동자 고용과 근로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내용도 가이드라인에 규정됐다. 원청사업주에게는 하청업체노조의 활동을 존중하고 이를 이유로 계약해지나 갱신 거부를 하지 않도록 했다. 하청노동자에게는 원청의 시설관리권 등을 존중하도록 했다.

◇노동부 신고센터 운영=노동부는 사업장에 가이드라인과 자율준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각 지방고용노동지청별로 ‘불법 사내하도급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전문가 20~30명으로 구성한 ‘(가칭) 사내하도급 근로조건 개선 서포터즈’를 운영한다. 조재정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업주의 영향 아래 노무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원·하청 사업주가 노동법적 책임을 준수하는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이 나오자 노사는 정반대의 시각에서 각각 거세게 반발했다. 양대 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내하청 노동자 보호가 아닌 사실상 위장도급 사업주를 위한 보호방안”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경총은 “가이드라인은 도급계약 체결을 이유로 원사업주에게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의 고용관계 전반에 대해서까지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계약관계 질서마저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