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부터 미국과 영국 등의 국가에서 지속되고 있는 개혁, 구조조정, 인력감축 등의 화두는 우리 나라에서도 오늘날 언론에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용어가 되고 있다. 생존의 위기를 겪고있는 대우자동차나 현대건설은 물론, 많은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그리고 철밥통이라는 속어로 비판받던 공공부문도질풍노도같은 인력감축의 유행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인력감축이 이와같이 유행하는 것은 이것이 비용 절감, 생산성제고, 주가 상승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우리보다 앞서서 구조조정과 감축을 실시한, 그래서 우리가 벤치마킹을 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수행된 연구들은 이러한 인과관계가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고하고있다. 인력감축으로 인건비는 절감되지만 명예퇴직금과 위로금, 교체와 관련된 전환비용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비용이 늘어난다고 한다.

인력 감축이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보고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저하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경영학회의 연구에 의하면 감축실시 기업의 41%만이 생산성 증가를 가져왔고 37%만이 주가의 상승을 실현하여 왔다고 한다. 3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15년에 걸쳐 진행된 한 연구결과도 인력감축이 생산성 개선을 가져오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비용들은 인력감축으로 인한 조직 스트레스 및 조직능률과 발전에 미치는 장기적인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감축대상자가 겪는 고통과 그 가정의 황폐화는 말할 것도 없고, 감축과정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반 이상이 직무 스트레스와 심리적 탈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측면도 있지만, 조직에 대한 충성이나 헌신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동료의 감축을 통해 조직이 자신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것을 학습하고 자신의 생존과 성장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유능하고 모험적인 자는 떠나고, 떠나야 할 사람은 남게 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일어나게 된다. 인력 감축은 또 개인의 암묵지(tacit knowledge)는 물론 조직 내·외부 구성원간의 네트워크 및 신뢰의 기반을 무너뜨려 조직학습 능력을 저해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재의 해외유출까지 동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개인적 전문성을 토대로 직장의 이동이 자유롭고 활성화된 서구에 비해서 조직을 전문으로 하면서 조직내 이동을 장려해왔던, 그래서 조직간 이동이 사회적으로 활성화되어있지 못한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들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게된다. 감축된 인력이 다른 기업이나 조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들의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감축과 관련된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인력감축이 기대하는 경제적 효과는 입증된 사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신화에 불과하다. 인력감축이 바로 조직의 생산성이나 비용절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러할 것이라고 믿는 신화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감축 대상자의 선정과 방법, 그리고 사후 관리 등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의도한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력감축은 언제나 비용절감과 생산성 제고를 가져오는 것처럼믿는 것은 일종의 신화라는 것이다.

더구나 인력감축이 최고 결정자들에게 가장 명백하고 손쉬운, 그러면서도 국민에게 뭔가 일을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위한 하나의 상징물로 간주되어 단기적 성과에 매달리게 될 경우 의도한 효과를 달성하기보다는 신화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조직에 불필요한 사람을 선정한 다음 이들을 솎아내는 작업을 해야하는데 단기적으로 진행하다보니 연령 등과 같은 획일적 기준에의해서 감축을 하게 되고 사전 사후관리가 소홀하게 될 수밖에없는 것이다.

따라서 인력감축이 실질적으로 의도한 효과를 가져오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맹목적으로 인력감축은 곧 선이라는 등식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개별 기관별로 치밀한 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하는 감축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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