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성희 연구위원은 "지난 1일 이후 복수노조 설립신고를 보면 제조업종이나 금융업종의 경우 민주노총에서 분화한 노조가 36개로 한국노총(17개)보다 많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이 지난해 100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 3천168곳 중 206곳의 노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면접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57.5%가 "복수노조가 설립될 경우 기존 노조보다 협력적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기존 노조보다 투쟁적일 것이라는 응답은 42.5%에 머물렀다.
이와 함께 복수노조 설립시 파업 발생 건수가 증가하는 반면 파업일수는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위원은 "노조 간 선명성 경쟁으로 파업발생 가능성은 약간 높아질 수 있다"며 "영국에서 81년부터 89년까지 발생한 4천90여건의 파업사례를 분석해 보니, 교섭단위가 5개인 사업장의 파업 발생건수(14.5%)가 교섭단위가 한 개인 사업장보다 7배나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시 노조 간 분열효과로 인해 파업 지속일수는 짧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실태조사에서도 복수노조 쟁의행위 실패 가능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노조 간 분열'이 지목됐다. 이 연구위원은 복수노조 설립으로 중소기업에서 노조 간 주도권 다툼이 첨예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업장 규모가 작으면 과반수 노조가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조직경쟁이 첨예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버스·택시 등 기존노조가 조합원 100명 이하인 사업장이나 기존노조의 조직률이 50% 미만인 사업장이 복수노조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에 대기업 사업장은 과반수 노조가 되는 게 상대적으로 어렵고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타협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봤다.
이 연구위원은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무엇보다 노동위원회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이 복수노조 분쟁의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수 있는 만큼 조사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