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공사장에서 지반에 말뚝을 박는 항타기와 크롤러크레인이 연이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3일 건설노조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북부지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4시14분께 부산 사상구 남영건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지반에 말뚝을 박는 항타기가 쓰러져 인근 크롤러크레인 등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굴삭기 노동자 권아무개(48)씨가 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건설기계들이 공사장 인근 가정집 두 곳을 덮쳤지만, 다행히 집안에 있던 주민 3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다른 항타기에 타고 있던 기사 박아무개(38)씨는 바닥으로 뛰어내리다 발목이 부러졌다. 경찰과 부산북부지청은 항타기가 지반 침하로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일어난 사고로 보고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노동계는 "예견된 인재"라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시공사의 강요로 공사를 빨리 하기 위해 항타기에 5톤 가량의 발전기를 불법으로 설치해 기계하중이 예정된 용량을 초과했다”며 “지반침하에 대비해 철판 등을 깔아야 하는데도, 이 같은 안전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아 전도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비판했다.
 
강동구 노조 부산울산경남본부 크롤러크레인분회장은 "현장에서는 공사를 빨리 마치기 위해 시공사의 강요로 항타기의 구조를 불법으로 변경하는 일이 만연해 있다"며 "수차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아가 현장감독을 요청했고 지난 11일 면담까지 했는데도 결국 다음날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강 분회장은 이어 "시공사들의 불법강요와 노동부의 무관심으로 건설기계노동자들이 용량을 초과해 무리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부산북부지청 관계자는 "폭우로 흙이 쏟아져 내려 지반이 약해진 가운데 지반침하를 대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점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지반이 침하돼 기계가 전도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반침하 대비조치·건설기계 구조변경 등 산업안전규정 준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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