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 이후 처음으로 삼성그룹 전체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조가 설립됐다.
에버랜드 리조트 노동자 4명으로 구성된 삼성노조(위원장 박원우)는 13일 서울남부지방고용노동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한 삼성노조는 삼성그룹 계열사와 협력업체 노동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초기업노조를 표방하고 있다.
 
박원우 위원장은 "노조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노동자들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모든 문호를 개방해 놓고 조직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도위원을 맡은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삼성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를 망라해 조직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삼성일반노조와는 서로 연대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당초 삼성노조는 조직을 보다 확대한 뒤 설립신고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회사노조'(Company Union)로 보이는 삼성에버랜드노조가 등장한 데 이어 회사가 노조 설립을 추진해 온 조장희 부위원장을 14일 징계위원회 회부하겠다고 밝혀 설립시기를 앞당겼다.
 
삼성노조는 "지난달 중순 용인시청으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은 에버랜드노조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등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라며 "18일께 결과가 나오면 노조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측은 이달 초 에버랜드노조의 단체협상이 마무리 단계라고 밝힌 바 있어, 삼성노조가 에버랜드를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해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 관계자는 "노조의 설립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면 법령이 보장한 원칙과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노조 설립이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 방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삼성노조 창립총회에 참석해 "비록 4명의 발걸음으로 시작하지만 20만 삼성노동자에 귀감이 되는 노조활동을 해 달라"며 "삼성의 부패를 일소하기 위해서라도 삼성노조가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김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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