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성)가 법정시한을 보름 가까이 넘기며 진통을 거듭한 끝에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결정했다. 최저임금위는 13일 새벽 1시50분께 노동자위원들이 빠지고 공익·사용자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10분 만에 표결로 기습처리했다. 양대 노총은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짬짜미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안을 날치기 처리했다"고 반발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60원(6.0%) 오른 4천580원으로 의결했다. 주 40시간 기준으로 월 95만7천220원(주 44시간은 월 103만5천80원)이다. 노동자위원들이 정상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 속에서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이 각각 8명씩 참석해 12명 찬성, 4명 반대로 통과시킨 결과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1일 노사위원이 동반사퇴하는 등 거듭 파행을 겪었다. 이날 의결은 사퇴의사를 밝힌 사용자위원들이 공익위원들과 기습적으로 입장하면서 10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를 저지했던 민주노총 노동자위원 3명은 기권했다. 나머지 1명의 민주노총 노동자위원은 회의장 문이 잠겨 입장조차 하지 못했다.
 


박준성 위원장은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 생계비 증가율·경제성장률, 영세 중소기업의 지불능력도 함께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내년 최저임금액은 지난해 노동자 생계비 상승률(6.4%)에도 못 미칠뿐더러 올해 청소노동자 임금수준보다도 낮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사용자들과 시급 4천600원에 합의했다. 신복기 공공노조 이화여대분회장은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임금보다도 못하다는 소리에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며 “물가는 뛰는데 최저임금은 삭감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합리적 기준 없이 노사 간 벼랑 끝 협상을 통해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위를 현재처럼 노·사·공익 3자 합의기구로 두고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하회할 수 없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익위원 선출방식도 현재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하는 방식에서 노사단체가 추천해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꿔 최저임금위의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저임금 제도개선 문제는 다음달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9월 국회에서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동부 장관은 이날 결정된 최저임금액에 대해 열흘간의 이의제기 기간을 거친 뒤 다음달 5일 고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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