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무개(47)씨는 98년 외환위기 당시 공기업에서 희망퇴직했다. 20년간 공기업에서 일했던 장씨는 10여년이 지난 2009년 12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전락했다. 12년간 취업했다는 김아무개(41)씨는 ‘일자리를 잃으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빚내야지요. 대출 받고, 전세보증금 빼서 월세로 옮기고."

스물다섯살 임아무개씨는 2년6개월 동안 학원강사(1년)·유학·방과후 학교(1년)·파트타임 학원강사(6개월)를 전전했다. 조아무개(38)도 비슷했다. 조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6년10개월을 일했다. 물론 신발가게(2년)·화장품 가게(1년)·호프집(8개월)·신발가게(1년)·백화점 판매(2년)·보험설계사(2개월)를 돌고 돌았다.

김아무개(38)씨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어학연수를 갔다 왔지만 취업한 섬유회사가 4년 만에 망해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와 섬유회사 정규직까지 8년5개월간 일했는데도, 그가 지금 하는 일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때 고시촌에서 했던 모텔 아르바이트다.

일자리도 20대 80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면접조사에서 만난 50명의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사회를 '미끄럼틀 사회', '돌다리도 없는 사회'라고 표현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11일 오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홀에서 연 ‘노동시장 및 기업복지의 양극화 실태와 과제’ 토론회에서다. 미끄럼틀처럼 올라섰던 자리에서 휘청하면 까마득하게 추락하는 사회, 좀처럼 신분상승 기회를 잡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떠도는 젊은이들로 가득한 사회라는 설명이다.

은 연구위원은 중심부 일자리 20%와 주변부 일자리 80%로 이뤄진 두개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했다. 중심부는 정착민이라면 주변부는 유목민으로, 유목민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저임금 비정규직과 근로빈곤·실직을 경험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임금에 의존하는 시스템, 강력한 성장담론이 격차를 키우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래서 은 연구위원은 "진정한 복지사회를 위해서는 공정노동과 사회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노동의 경우 파견법을 개정해 차별을 줄이고, 10.1%에 불과한 노조 조직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면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조직률을 높이는 것과 관련해 "근로자이자 종업원으로 제한된 단결권 제약을 없애고 단체협약 적용범위를 대폭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이에게 노동 3권을 주자'는 것을 모토로 "보편적 사회복지는 사회보험료 감면으로 사회보험 수혜율을 높이고, 실업부조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높은 기업복지 양극화 심화

한동우 강남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기업복지로 국가복지를 메우는 것을 복지국가의 장애물로 지목했다. 실제 기업규모별 기업복지급여 양극화가 심각한 상태다. 한 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2009년 현재 중소기업의 노동자 1인당 월평균 기업복지 급여액수는 34만6천원으로, 대기업(56만1천원)의 62%에 그쳤다. 1천명 이상 대기업의 기업복지급여 수준은 10~29명 소기업의 1.8배에 달했다.

기업복지급여 중 4대 사회보험 등 법정복리비용을 뺀 법정외 복리비용은 기업규모에 따른 격차가 더 크다. 법정외 복리비용은 같은해 중소기업이 14만원이었는데, 이는 대기업(23만7천원)의 69%에 불과한 것이다. 현금급여와 기업복지급여를 더한 중소기업 1인당 노동비용은 271만6천여원으로 대기업(433만6천여원)의 60%에 그쳤다.

한 교수는 “노동시장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근로조건 차별요소를 제거하고, 최저임금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기업복지 역진성을 교정할 수 있는 공익적 기금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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