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투쟁에서 현장근로자 중심의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노사관계 지형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복수노조가 허용된 후 열흘간의 노조 설립신고 현황과 상반기 노사관계를 보고 이렇게 평가했다.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이 장관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서도 한마디 하겠다"며 "노동계는 물론 정치인을 포함한 외부세력이 한진중공업 노사문제를 정치·사회적 쟁점화하면 해결이 어려워지고 결국 해당 노사와 지역주민에게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진중공업 정치·사회적 쟁점화 안돼"

-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희망버스에 대해 주무장관으로서 국민들께 견해를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중순 한진중공업을 방문했고, 그달 27일 노사가 합의해 그간의 파업을 철회하고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했다. 그런 상황임에도 김진숙씨가 타워크레인에서 농성 중이고 일부 해고된 조합원들이 업무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희망버스 등 외부세력이 두 차례 걸쳐 사내진입을 시도했다.

그런데 농성 중인 김진숙씨는 한진중공업과 직접 관련이 없다. 나머지 농성자도 한진중공업과 관련이 없거나 해고된 자들로 법적 분쟁 중이다. 한진중공업 노사문제를 정치·사회적으로 쟁점화하면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 이달 5일 부산시와 의회, 시민들이 외부세력 개입자제를 요청하는 공동호소문을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외부세력은 누구를 지칭한 것인가.
"외부세력은 다양하다. 노동계도 있고 정치인도 있다. (이들의 활동이) 관심 수준이냐 운동 차원이냐 하는 단계를 봐서 국민 여러분이 판단할 것이다."

"삼성 무노조 경영서 노조동반 경영으로 변화할 것"

- 복수노조 이후 나타난 변화가 새 노총 설립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새 노총의 성향은 모른다. 다만 새 노총 설립준비위원회가 그동안 밝힌 것을 보면 기존 양대 노총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성명서에 자주적인 노동운동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노동운동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에 대해서도 노조의 자주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막연하나마 상당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 새 노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말인가.
"신선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이른바 '어용노조'가 많이 생길 것으로 우려되는데.
"회사가 노조 설립이나 운영에 개입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다. 만약 어용노조가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구체적인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조합원 스스로가 현명하게 그 실체를 잘 판단하지 않겠나."

- 삼성에버랜드에서 조합원 4명이 가입한 노조가 신설됐다. 회사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편법적으로 활용해 교섭권을 선점하려 한다는 의혹이 있다.
"사업장의 노조 하나하나를 따지기는 곤란하지만 (삼성에서) 그동안의 (복수노조 금지)법제 때문에 노조를 설립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노조를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본다. 삼성에버랜드노조 설립이 갖는 의미는 (삼성이) 무노조 경영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노조와 동반해서 경영을 해 나가는 여건에 적응할 수밖에 없고, 이런 것이 노무관리의 정도가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상당히 기대가 된다."

"최저임금 결정방식, ILO 권장사항"

- 내년 최저임금 협상이 법정시한을 넘기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정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우리나라처럼 위원회가 결정하는 방식과 국회가 정하는 방식, 정부가 하는 방식 등 크게 3가지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우리나라 같은 위원회 방식을 권고한다. 노사 당사자가 참여하는 속에서 정해지다 보니까 최저임금에 대한 현실적 수용도도 그만큼 높다. 장점이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 날짜대로 잘 안 되는 것은 원래 심의라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라 볼 수 있다. 내년 최저임금의 차질 없는 적용을 위해 최대한 뒷바라지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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