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환경단체인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와 한 대학기관은 지난 2002년 화학물질과 무관한 직업을 가진 성인 9명의 혈액과 소변을 채취해 화학물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167종의 화학물질이 몸속에서 발견됐고, 개인마다 평균 91종의 화학물질이 나왔다. 2005년에는 신생아의 제대혈에서 약 290여종의 화학물질이 발견돼 엄마 자궁에서부터 화학물질 노출이 시작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환경청은 80~90년대에 3천여명을 대상으로 몸속의 화학물질을 측정하는 '노출평가방법론'이라는 연구를 수행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도 2001년부터 국민을 대상으로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작성해 격년에 한 번씩 발간하고 있다.

EWG의 연구를 포함해 개인의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을 다룬 연구는 몇 가지 중요한 결과를 냈다. 매일 수백종의 화학물질에 낮은 농도로 노출되고, 독성물질이 몸속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독성물질이 몸속에 잔류하면 암을 비롯한 건강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 몸에서 발견된 화학물질은 발암성·생식독성·발달독성 및 뇌 손상·환경호르몬과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질병의 다양화와 증가 이유를 화학물질 노출로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시는 물, 숨 쉬는 공기, 먹는 음식, 토양 등 수많은 소비자 제품과 건축재료·가구 등을 화학물질의 노출원으로 지적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공간(가정·학교·작업장·자동차안·공공건물·의료기관)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제품(광범위하게 팔리고 사용되기 때문에)들이 오염물질 노출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오염원들은 현존하는 환경법에 의해 규제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러한 노출에 대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덜 독한 제품이나 자재를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일반대중들이나 의료인들이 오염물질 노출의 주된 원인과 그로 인한 건강피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법과 위험, 과학과 대중적 인식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우리는 제품의 화학물질 성분에 대해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화학물질 노출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정보도 얻어야 한다. 이것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하도록 이끌 것이다. 이는 국가 차원으로도 더 효과적인 규제와 보호대책을 도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또 다른 대책은 시장진입 전에 더 많은 테스트를 진행해 위험성 평가와 표기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노출에 대한 모니터링은 중요한 도구이지만 해답 중 일부일 뿐이다.

우리가 오염물질을 ‘있어서는 안 되는 곳’에서 발견했다고 치자. 예를 들어 모유에서 농약이 발견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우리는 왜 이런 노출이 가능했는지 물어야할 뿐 아니라, 이러한 오염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도 먼저 물어야 한다. ‘예방우선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잔류성·생물농축성·발암성·환경호르몬·변이원성·중금속·면역독성·신경독성 등의 물질들에 의해 인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독성물질에 대한 사회적 의존을 없애거나 줄여 나가야 한다. 독성물질이 방출돼 우리 몸에서 발견되고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사람이 노출됐다는 것에 대해 이미 아는 지식을 활용해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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