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소재 경진운수 소속 택시조합원들로 구성된 경진운수노조는 사측과 지난 4월부터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해 왔다. 교섭을 위임받은 지역본부는 교섭위원단을 구성했고, 6월엔 1차 교섭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이후 사측은 교섭에 소극적이었다. 사측 주도로 새로운 노조가 만들어진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실제 조합원 탈퇴가 잇따랐고, 사실상 조합은 마비 상태가 됐다.

7월1일 복수노조 및 창구단일화법 시행 당일, 사측은 "2011년 7월1일부터 8일까지 교섭을 요구하라"며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문’을 붙였다.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복수노조 시행일 전후 교섭 중인 노조에겐 교섭대표노조 지위가 주어지므로 창구단일화 절차가 적용될 필요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노조는 대표 지위를 주장하며 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무응답이다. 오히려 노동부의 지침에 따랐을 뿐이라며 느긋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더욱이 같은날 사측의 주도로 만들어진 신설노조는 공고에 따라 교섭 요구를 했다. 경진운수노조에 비해 조합원이 훨씬 많은 신설노조는 창구단일화를 통해 대표 지위를 얻어 볼 심산인 것 같다.
비슷한 사례가 7월1일부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심각한 곳도 많다. 이미 합의한 단협을 아예 부정하는 사용자들도 적지 않다. 일부 사업장은 사측의 창구단일화를 빌미로 한 노조 무력화에 맞서 쟁의상태에 돌입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누가 초래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복수노조 시행일과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지도가 불러온 혼란이다. 올해 초 노동부가 펴낸 매뉴얼에는 본 쟁점과 관련해 어떠한 내용도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6월 갑자기 ‘복수노조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라는 책자에 “2010년 1월1일이 이 법 시행일이다, 2011년 7월1일 전후 교섭 중인 노조는 대표지위가 인정될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노동부는 “부칙 제4조는 2010년 1월1일 이전에 교섭이 시작돼 2011년 7월1일 이후까지 계속 교섭이 진행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라고 지도하고 있다. 과연 가능한 해석인가. 노동부 해석이 복수노조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지 정말 의문이다.

먼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2010년 이전부터 현재까지 적어도 1년6개월 넘게 교섭 중인 노조가 있을까. 간혹 언론에 2010년 이전부터 쟁의상태였던 사업장이 소개되긴 하지만 정상적인 노사관계라면 있기 어렵지 않겠는가. 이 같은 해석은 법집행 현실과도 모순된다. 2011년 7월1일부로 복수노조 제도가 허용됐고 실제 그렇게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전 복수노조 설립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노동부의 입장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에 대해 노동부는 “개별법 시행일을 규정하는 일반적인 형식과 부칙4조는 표현에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또한 하나의 주장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실정법 시행일 모두가 노동부 주장처럼 그런 방식으로 축조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부칙을 둔 입법자의 취지와 부칙 제1조의 명문에 충실한 해석이 필요하다. 실제 있기 어려운 사례 한두 건을 위한 법(부칙)을 둔다는 것은 다수 일반 적용이라는 법 본성에 반한다. 이 경우는 개별법이나 특별법을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 노조법이 조합운영을 위한 일반법이라는 사실은 노동부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부칙 제1조는 복수노조제도 시행일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제24조제2항(전임자) 규정과 비교해 보더라도 명확하다.

이와 관련한 노동부의 지도는 현행 시행령에도 반한다. 7월1일자로 배포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운영 세부 지도방안’에서 “7월1일 전부터 교섭중인 경우 7월1일 이후 노조가 교섭요구를 별도로 하지 않더라도 교섭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노조법상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무리한 창구단일화 강제에 대한 비판을 예상하고 마치 기존 교섭 중인 노조를 배려하는 것인 양 가장한 것에 불과하다.

시행령에 따르면 모든 노조는 창구단일화를 위한 교섭요구를 해야 한다. 예외는 없다. 그토록 법과 원칙을 강조하더니 이번엔 왜 예외를 두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노동부의 지도는 복수노조 시행 의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경진운수 사례에서 보듯 정상적인 노조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십수 년간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가 최근에야 급조된 노조가 등장하는 이유를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창구단일화 강제에 대해 어찌하여 사용자가 더 반기는 것일까.

복수노조 제도는 조합원을 위한 법이 아니었던가. 물론 위와 같은 필자의 주장이 잘못일 수 있다. 노동부의 충실한 법집행이었음에도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조합활동을 어렵게 한다면 그 법을 바꿔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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