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가 허용되기 전인 지난달 중순 삼성에버랜드에 노조가 설립된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까지 노동계와 함께 삼성에버랜드에서 노조 설립을 추진해 왔던 이들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삼성이 노조 설립이 유력시되는 사업장에 사용자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이른바 회사 노조(Company Union)를 설립한 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삼성에버랜드노조가 용인시청에 설립신고를 냈고, 같은달 23일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신고된 조합원수는 4명이었다. 삼성에버랜드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놀이동산(에버랜드)뿐만 아니라 건축·빌딩자산관리업무·푸드서비스와 식재료유통 사업에도 진출해 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3천700여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노동계가 노조 깃발을 꼽겠다고 밝힌 전략사업장 중 하나다. 3년 전부터 노조 설립을 추진해 왔던 A씨는 당초 이달 1일 설립신고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잠정 보류했다. 민주노총 삼성대책위원회와 서비스연맹으로부터 "조직확대 등 준비를 좀 더 한 후에 노조 설립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 1월 회사 사내망에 노조 결성 필요성을 알리는 제안서를 공개한 뒤 많은 주목을 받았다”며 “그동안 혹시 회사에서 유령노조를 설립할까 봐 석 달 단위로 행정관청에 설립신고 여부를 확인했는데 5월까지만 해도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당황해했다.

노동계는 삼성에버랜드노조가 사용자 지원을 받는 회사 노조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무노조 경영전략을 고집하고 있는 삼성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기 이전에 노조 설립신고를 했다는 것은 삼성측의 동의나 지원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노조의 출현은 삼성의 노무관리 전략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무노조 경영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회사 노조를 통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선점할 경우 2년간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은 2년이다.

지난달 설립된 삼성에버랜드노조가 복수노조·창구단일화 제도가 시행된 지난 1일 회사에 교섭요구를 했다면 8일께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노조법에 따르면 교섭요구사실 공고기간(7일)에 교섭참가를 희망하는 노조가 없을 경우 기존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고, 2013년까지 2년간 교섭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이후 노동계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단체교섭은 물론 단체행동(파업)도 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삼성에버랜드 홍보팀 관계자는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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