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계약 내용을 정하면서 문서가 아닌 구두로 정하고, 계약기간이나 고용의 형태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언급한 바가 없다면 추후 고용형태나 계약기간에 대해 다툼이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대상판례는 그러한 사례에 관한 경우다.

고용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취업형태도 다양화됨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 정해진 근로계약 형태나 조건에 대한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근로계약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한 근로계약법이 제정돼야 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2. 사안의 개요 및 경과

근로자 A는 25년간 건설업체 현장대리인 등 건설업에 종사한 자로 구직정보 사이트에 구직정보를 등록하면서 희망 고용형태를 ‘정규직’이라고 표시했고, B회사는 근로자 A를 공사 현장대리인으로 채용하면서 구두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계약 기간이나 고용형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근로자 A가 입사한 지 10일 만에 B회사는 A가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고했고, 이는 부당해고로 판정돼 3개월 후에 복직했다. A가 복직한 후 B회사는 계약기간이 정해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강요했고, A가 이를 거부하자 당해 공사가 종료한 뒤 A에게 근로계약이 종료됐다고 하면서 해고한 것이다.

3. 쟁점은 근로계약 체결 당시 근로계약기간을 정했는지 여부

근로계약은 문서 또는 구두로 체결이 가능하며, 구두로 체결한 계약이더라도 법적 효력이 있다. 하지만 구두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향후 계약내용에 대해 다툼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입증할 만한 방법이 없어 분쟁이 커지게 된다. 근로계약 체결 당시 근로계약기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이에 대해 다툼이 생긴 경우에 대해 대상판례에서는 채용 당시 정황이나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취득에 신고된 내용 등을 보고 판단했다.
대상판례가 당해 근로계약이 근로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이었다고 판단한 정황이나 근거로는 근로자 A가 구직정보 사이트에 구직등록을 하면서 ‘정규직’으로 고용형태를 밝혔고, B회사가 근로자 A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취득신고를 하면서 고용형태 구분란에 ‘정규직’으로 신고했다는 점이다. 또한 B회사 현장대리인 대부분이 정규직이었다.

B회사는 A와 최초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는 근로계약 기간이나 공사기간 만료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가, A가 복직한 후 공사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계약이 종료된다고 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자고 했다. 또한 B회사가 근로자 A를 근로계약이 종료했음을 선언해 해고한 후 2개월도 지나지 않아 구인정보 사이트에 근로자 A가 했던 업무와 흡사한 경력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내용을 등록했다. 이런 점 등을 들어 대상판례는 B회사가 근로자 A를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A에 대해 근로계약 종료를 선언한 것은 부당한 해고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여기서 B회사가 당해 근로계약이 기간을 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근거로는 종료될 사업에 1회성 채용을 했다는 점을 들었다. 해당 공사가 기간이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A는 해당 공사만을 위해서 채용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최초 근로계약시에는 그런 방식으로 정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는 근로관계의 자동소멸 사유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주차관리 및 경비요원을 필요한 곳에 파견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그 근로자와 사이에 근로자가 근무하는 건물주 등과 사용자 간의 관리용역 계약이 해지될 때에 그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도 해지된 것으로 본다고 약정했다고 해 그와 같은 해지사유를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9.2.12선고 2007다62840판결).

4. 맺는 말

대상판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구두로만 맺어진 근로계약내용은 추후 당사자들 사이에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양자 모두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단지 당사자 사이에서 알아서 정하도록 한다면 향후에도 이런 분쟁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근로계약의 체결 및 종료까지 근로계약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한 근로계약법이 제정돼 이러한 분쟁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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