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
공인노무사

우리나라 헌법 제33조는 노조에 단체행동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이를 구체화해 노조에게 파업권, 즉 노조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법으로 인정하고 이런 행위를 정당행위로 보면서 형법상의 업무방해죄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고연봉 귀족노조가 임금을 더 올려 달라고 파업을 벌인다며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당한다(유성기업 등 여러 사례에서 확인되듯 대부분의 경우 이는 사실 왜곡이다). 임금이나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파업을 벌이면 노조법상 정당한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며 또한 불법파업으로 규정된다.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언론노조는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권의 낙하산 사장 임명 등의 언론공공성 훼손에 대항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투쟁을 진행했다. 이명박 정권 초기 2년 동안 언론노조는 모두 3번의 총파업을 진행했고, YTN지부·MBC본부·KBS본부 등 각 사업장에서 공정방송을 쟁취하기 위한 파업 투쟁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모두 8명의 언론인이 해고됐고, 징계자는 300여명에 이른다.

언론노조의 싸움은 상식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파업은 사회의 많은 이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자는 주장, 현 대통령의 대선 당시 선거운동원이었던 자가 언론사의 사장으로 내려앉는 것은 부적절하기에 안 된다는 주장, 방송사의 사장이 청와대에서 조인트를 맞고 와서 인사를 바꿨다는 언론사 인터뷰 발언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라는 요구는 누가 봐도 옳았다.

그러나 파업은 철저하게 실정법 위반이라는 굴레에 묶였다.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6명의 YTN 해고자는 1심에서는 모두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고법에서는 6명 중 3명의 해고는 정당하고, 3명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개연성이 높은 사장의 임명에는 반대할 수는 있지만, 입장표명에 그쳐야지 출근저지 투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 가 있다. 세 번의 총파업을 이끌었던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고법 판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의 공통 죄목은 업무방해였다. 업무방해죄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僞計)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형법 314조)를 말한다. 이런 정의를 따져 보면 볼수록 더더욱 그 죄목을 납득하기 힘들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 확보는 헌법으로 보장돼 있다. 그런데 언론 자유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행위가 방송사의 업무를 방해했다니, 그 자체가 아이러니다.

얼마 전 있었던 고법 마지막 심리에서 MBC파업 당시 홍보국장이었고 한때 MBC뉴스의 앵커였던 연보흠 조합원은 다음과 같은 최후 진술을 남겼다.

“파업의 발단이 된 이른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MBC의 사장 선임권 등을 가진 기구) 이사장의 조인트 발언은 제가 MBC를 다닌 이래 가장 부끄러웠던 일입니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에게 ‘최소한 고소라도 하십시오. 최소한 진실이라도 밝히십시오’라고 요구했습니다. 김재철 사장은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김우룡 이사장이 거짓말을 했다며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에도 김재철 사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노조 홍보국장이던 제가 성명을 썼습니다. 4월2일까지 조치를 취하라고. 그런데 회사가 한 조치는 본인 스스로가 방송의 독립성 수호를 위한 본인의 의지를 밝히겠다며 철회했던 문제인사를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놓고 ‘이는 사장 개인의 인사권 문제입니다. 자기결정권의 문제입니다. 저희들이 무슨 항의를 합니까’라고 설명하면 어떤 국민이 ‘아 그렇군요’라고 할까요. 전 납득을 못하겠습니다. 파업밖에 없었을까, 고민스럽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밖에 없었습니다. 힘이 없었고요. 또 한 가지 업무방해에 대해 여러 사실관계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MBC 직원들은 MBC가 상처를 입으면 퇴사할 때 까지 그 상처를 보듬고 가야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MBC 업무를 정말 방해하기 싫습니다. 저희가 39일 파업을 접은 것도 그때를 넘어가면 방송사가 망가지기 때문입니다. MBC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업무방해를 법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연 누가 회사의 업무를 방해한 것인가. 이것이 2011년 법원의 업무방해죄 판단에 대해 언론노동자들이 느끼는 법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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