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중이거나 파업 중인 사업장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인한 혼선이 잇따르고 있다. 파업 중인 노조가 복수노조의 등장으로 다시 쟁의조정 신청부터 찬반투표까지 절차를 밟는가 하면, 노동위원회가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정을 외면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5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삼화고속지회는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임금·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지난 1주일 사이에도 교섭이 지지부진하자 지회는 이달 전면파업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런데 삼화고속에 1일과 4일 잇따라 복수노조 설립신고가 제출되면서 지회의 파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조정절차를 마치고 파업 중이던 노조라 하더라도 복수노조가 설립되면 이달부터 다시 쟁의조정 절차를 밟아야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파업 중이라 하더라도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획득한 후에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삼화고속 노사의 단체교섭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조정을 마친 노사의 협상안이 교섭 참가를 희망하는 다른 노조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노조가 독자적으로 교섭을 하거나 파업을 결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삼화고속지회뿐만 아니라 이날 현재 201일째 파업 중인 전북고속지회도 사측이 1일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창구단일화 절차에 들어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도 예외는 아니다. 교섭 중인 노조들을 상대로 회사가 창구단일화 기간 동안 교섭 중단을 통보하는 사태가 곳곳에서 빚어지자 한국노총은 이날 산하조직에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기존노조의 교섭권 확보를 위한 대응지침’을 전달했다.

반면에 한국경총은 올해 7월1일 현재 교섭 중인 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본다는 기존지침을 수정해 이달 이전에 교섭을 시작해 이달 현재까지 교섭 중인 노조에는 필요할 경우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복수노조 대응 특별지침’을 회원사에 내려보냈다.

한편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은 이번주까지 활발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일 현재 112개 노조가 설립신고를 했다. 한국노총에서 분화한 노조가 42개, 민주노총에서 분화한 노조가 47개, 미가맹 및 양대 노총 혼재 사업장에서 분화한 노조가 16개다. 무노조 사업장에서 설립된 노조는 7개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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