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복수노조 허용 첫날(1일) 76개 노조가 설립신고를 마친 것으로 집계했다. 예상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노동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복수노조가 등장한 사업장 대부분이 양대 노총 소속이어서 노노 간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일 노동부에 따르면 1일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노조는 76곳이었다. 노동부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내년 7월까지 1년 내 복수노조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은 7~14% 수준일 것”이라며 “복수노조 허용으로 인한 혼란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009년 현재 전체 노조수 4천689개를 기준으로 하면 1년 내 350~650개의 노조가 설립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런데 복수노조 허용 첫날 접수된 노조 설립신고만 보더라도 당초 전망치의 12~22%에 달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시행 첫날 효과로 보기에는 예상보다 많은 노조가 설립신고를 했다”며 “조직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노조 간 경쟁이 가열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직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금호타이어·KT·우리은행 등 대기업에서 복수노조 설립을 시사한 곳이 적지 않다. 기존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단체협약 유효기간이나 선거시기에 맞춰 제2 노조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사업장을 상급단체별로 보면 기존노조가 한국노총 소속인 곳이 42.1%(32개)로 가장 많았다. 민주노총 소속도 36.8%(28개)에 이른다. 반면 무노조 사업장에서 설립신고를 한 곳은 5곳으로 7%에 그쳤다. 복수노조 허용 효과가 노조의 조직력 확대로 이어지기보다는 노노 간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복수노조가 허용에 따라 당분간 노조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현행법이 과반수 노조에 독점적 지위를 주고 승자독식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어 소수노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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